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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가혹행위 '부대 해체'보다 정치군인을 처벌하라



윤모 일병 가혹 행위 사망 사건 등으로 불거진 군대 내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육군참모총장이 '즉시 부대 해체'라는 초강수를 두겠다고 합니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9사단에서 가진 일선 지휘관들과의 병영문화 혁신 토론회에서 "이 시간 이후 반인권적이고 엽기적인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대와 과거 사례라도 이를 은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부대는 발견 즉시 소속부대 전부대원을 타 부대로 전출시키고 부대를 해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한 경고로 보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조치입니다. 왜냐하면 전쟁 중에 부대가 해체되거나 국방계획으로 개편되는 경우는 있지만, 반인권 및 가혹행위 사례로 부대가 해체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각주:1]


'부대 해체한다고 가혹행위가 사라질까?'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가혹행위가 발생하는 부대의 경우 소속부대 전부대원을 타 부대로 전출시키고 부대를 해체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군대 내 가혹행위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2011년 7월 4일 해병대 2사단 초소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김모상병은 '기수열외' 일명 따돌림,왕따 등으로 괴롭힘을 받았고, 이에 상황실 간이탄약고에서 K-2소총과 수류탄 1발을 탈취, 생활관에 들어가 병사들을 향해 총기를 발사했습니다.


해병대의 기수열외는 계급과 상관없이 동료 병사들이 특정인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반인권적 행위입니다. 해병대뿐만 아니라 22사단 GOP 초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도 임모병장이 따돌림을 받는 '계급열외' 취급 등을 원인으로 보기도 합니다.

부대 내 기수열외나 왕따의 대상 중에는 전입해 온 병사가 많습니다. 다른 부대로 전출하는 경우는 보직 때문도 있지만, 대부분 관심병사 또는 사고를 쳐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관심병사나 문제 사병이 오면 부대 병사들은 그를 투명인간 취급 내지는 상대를 하지 않고, 간부들도 거의 그냥 사고만 치지 말고 제대하라는 식으로 방치를 합니다. 그런 일이 계속 누적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군대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군대의 '병영 현대화'는 70%가량만 진행된 상황입니다. 특히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벌어진 28사단은 유독 시설이 열악했습니다. 그 이유는 2026년에 부대가 해체되기 때문입니다.[각주:2]

통상적으로 부대는 항상 침상과 보급품, 시설에 여유가 없습니다. 정원 500명 부대에 10명의 병사만 전입와도 기존 병사들은 생활이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대급이나 연대급 병사가 사단 내 다른 부대로 모두 전출을 간다면 그 주변 부대들은 새로 온 병사들 때문에 내무반 생활이 비좁아지게 됩니다.

좁은 내무반, 열악한 보급품 등의 문제가 지속되면 결국 병사 간의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이것은 구타와 가혹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4~2030에 맞춘 부대개편 군수추진단 창설식 장면, 구타와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부대해체 준비 작업과는 무관하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이 밝힌 군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부대 해체' 방침이 진짜라면, 최소한 부대 해체를 위한 군수 지원이나 인사 분야의 계획서를 각 부대별로 만들어 지휘관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합니다.

언제라도 자기 부대가 조직적으로 해체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지휘관이 바뀔까 말까인데, 그저 말뿐인 '부대 해체'나 준비되지 않은 '부대 해체'는 오히려 병사들의 병영 생활을 더 힘들게 할 뿐입니다.

' 여군 5명중 1명꼴 성적 괴롭힘 당해'[각주:3]

군대 내에서 구타와 함께 계속 증가하는 사고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입니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는 폐쇄적인 군 조직문화로 인해 피해자들만 지속해서 고통받으며,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 인권 사각지대가 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와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여군 100명 대상 설문 응답자 중 19%가 성적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여군 5명 중 1명꼴로 성적 괴롭힘을 당한 셈이지만, 국방부의 주장처럼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더 강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여군 대상 성범죄 실형 선고율을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기껏 기소해봤자 집행유예 대지는 감봉과 견책에 불과했습니다.

민간인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높아지고 예방책이 나오는 것과 다르게 군대의 인권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할까요?

군대는 계급이 깡패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부사관 100명이 밝힌 성폭력 가해자의 계급을 보면 영관급 장교가 42.5%로 가장 많습니다. 영관급 장교는 대부분 부대의 지휘관입니다. 지휘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부대 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35.3%) 가해자나 부대 선임 상관에 의한 보복(23.5%), 피해자 전출(17.7%)의 불이익을 받습니다. [각주:4]

이러다 보니 부대에서 여군이나 일반 병사가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해도 외부에 알릴 수가 없습니다. 그저 폐쇄된 공간에서 지속적인 성폭력과 성추행을 받다가 자살 내지(19%)는 분노 폭발(15.6%)로 이어집니다.

' 처벌받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정치군인'

대한민국 군대가 인권이 나아지기보다 더 망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체벌 자체보다도, 자유롭게 자란 아이들이 군에 들어가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는 MB의 주장이 맞을까요?[각주:5]


박사 학위를 받고 아무리 똑똑해도 군대에 입대하면 그 사람은 이등병이 됩니다. 조직 문화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펼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에서 개인의 생각,부대의 방향과 병사 간의 문화는 지휘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군대 가혹행위나 폭력,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지휘관들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군대 지휘관들은 왜 바뀌지 않을까요? 이들 대부분이 일본군 출신 장군들에 의해 교육받은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초대부터 21대까지 한국 육군참모총장들은 대부분 일본군 출신입니다. 이들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 문화에서 장교가 됐고, 그 문화가 고스란히 후대까지 전해 내려왔습니다.


일본군 자위대와 한국군의 가혹행위 사진을 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한국군에는 일본 군사 문화의 잔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주:6]

일본군 출신들은 해방 후 조선에서 여전히 정치군인으로 자신의 출세를 위해 병사들의 희생을 강요했고, [각주:7]그 문화가 이어져 대한민국 장군들이나 지휘관들은 가혹행위나 성폭력 등의 인권 문제가 발생해도 여전히 은폐하며 자신의 진급과 출세에 방해되지 않을까만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은 전형적인정치군인입니다. 그가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기[각주:8]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2011년)','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2012년)','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2012년)','북한 무인기(2014년 4월)','윤일병 구타 가혹 사망(2014년 4월)','22사단 총기 난사 사건(22사단 6월)'이 벌어졌습니다.

국방부 장관으로 그 책임을 물어 해임되고도 남을 사건이 여러번 일어났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으로 옮겼습니다.


그가 진정한 군인이었다면,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갔습니다.

2011년 강화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 김관진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3년이 지난 2014년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처벌받지 않는 정치군인이 대한민국 군대를 장악하고 있는 한, 우리의 젊은이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서로가 고통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1. 전투경찰 등의 중대 병력이 해체되는 경우는 있었다. [본문으로]
  2. 28사단은 윤모일병 사건이 아니라 부대 재편 계획에 따라 해체되는 부대이다. [본문으로]
  3. 세계일보와 새정치민주연합전국여성위원회,인권센터 자료 [본문으로]
  4. 여군 100명, 병사 200명 대상 설문조사와 통계자료를 근거로한 '군 성폭력 실대 보고서'에 나온 수치 [본문으로]
  5.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직후의 발언 [본문으로]
  6. '엽전들은 안 돼','군대는 오와 열''점호와 기합' [본문으로]
  7. '군 지휘부는 폭력으로 군대기강을 다스린거야,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을 납득시키는 방법으로는 폭력이 제일 쉽지.'-가리야 데츠 [본문으로]
  8. 2010년 10월~2014년 6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