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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유병언 식사' 허위사진 유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 씨가 온라인에서 유포되고 있던 '노 전 대통령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이 삼계탕을 먹고 있는 허위 사진'을 인터넷에 게재한 네티즌을 창원지검에 고소했습니다.

일베를 중심으로 퍼진 이 사진 속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병언이 아니라 2004년 제3차 참여정부 국정토론회를 마치고 정부중앙청사 구내식당에서 삼계탕을 먹고 있는 조윤제 경제보좌관이었습니다.

'처음 사진을 유포한 사람은 유병언이 아님을 알았다.'

온라인에서 급속도록 퍼진 이 사진은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유병언'을 지목하여 여론을 조성하고 있던 정부에게는 호재였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사실 검증 없이 노무현 대통령과 유병언의 유착관계를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했던 칼날을 노무현 대통령으로 돌렸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사진을 처음 유포하면서 왜곡했던 사람은 이 사진 속 주인공이 유병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사진을 보면 노무현재단의 '사람사는세상'이라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 이것은 처음 사진을 퍼온 곳이 노무현재단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노무현재단의 사료관에 있는 이 사진에는 날짜와 생산자, 인물, 장소, 설명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진을 퍼오는 사람은 분명 사진 속 인물이 노무현 대통령과 조윤제 경제보좌관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었을 것입니다.

사진 속 인물이 유병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오대양 사건의 살인마 유병언 그리고 같이 삼계탕 먹는 노무현'이라고 표기하는 일 자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세월호 참사의 원흉으로 만들겠다는 전형적인 왜곡이었습니다.

' 참여정부와 세모그룹과의 유착 관계에 대한 진실'

<유병언과 삼계탕을 먹는 노무현>이라는 사진 밑에는 항상 세모그룹과 참여정부의 유착을 제기하는 글들이 있었습니다.


일베 등에서 유포됐던 유병언 세모그룹과 노무현 대통령의 유착관계 의혹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인천~제주 노선 독점권
2. (주)세모 채무 탕감
3. 골프채 로비

이들이 주장하는 의혹이 과연 합당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제기됐던 인천~제주의 노선 독점권의 시작은 세모해운이 해수부로부터 면허를 받은 시기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세모해운이 면허를 받은 연도는 1991년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입니다. 당시 해수부는 세모해운이 인천~제주 면허를 받고도 선박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계속 면허 연장을 해줬습니다.


1999년 세모해운 면허가 청해진으로 넘어갈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은 해수부 장관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인천~제주 독점 노선권에 관여했다는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두 번째로 세모그룹 특혜 논란이 있습니다. (주)세모가 법정관리를 통해  1115억 원의 채무를 탕감받았다고 하는 부분인데, 이것은 재벌들이 악용하는 법정관리라는 법의 허점이지 참여정부와 그다지 연관성은 없습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국조특위에서 참여정부와 세모그룹의 법정관리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엠피터도 그 주장에 동의합니다. 세모그룹뿐만 아니라 그동안 법정관리를 악용한 웅진홀딩스.동양증권, 삼부토건 등 재벌 오너들이 법정관리를 악용한 사례를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주)세모를 유병언과 연관된 (주)새무리가 인수한 시점이 2008년입니다. 상식적으로 레임덕이 시작된 정권이 2008년에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기만 봐도 억측에 불과합니다.


유병언이 고가의 골프채를 돌렸다는 의혹은 단순한 '검찰의 카더라 수사'에 불과합니다. 진짜 유병언과 정계 로비를 수사하려면 일단 전두환부터 불러서 조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유병언이 1985년 한강유람선 운영권을 따낸 데에는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이 큰 역할을 했다는 수사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만약 유병언의 골프채 로비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명박과 오세훈부터 조사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이들이야말로 유병언 행사에 초청된 사람들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2014년 5월 정재계 로비 의혹이 있으며 단서를 가지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2014년 8월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하루빨리 검찰이 유병언 행사에 초청된 이명박,오세훈,전두환, 전경환 등을 소환해 조사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 세월호 부실의 주범은 따로 있었다'

일베 등의 사이트에서는 유병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식사했다는 말도 안 되는 자료를 가지고 세월호 참사의 주범을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몰고 갔습니다. 그러나 진짜 주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먼저 2009년 이명박 정권이 만든 규제 완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명박정권은 선령 제한을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렸고, 이를 통해 청해진해운은 선령 18년짜리 세월호를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각주:1]

2011년 MB정권은 해운법을 개정해서 운송수입 비율을 35%에서 25%로 낮추었습니다. 기존의 독점 항로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문제는 가장 좋은 운송수입 비율이었던 인천~제주의 경우에도 겨우 26.8%에 불과했던 현실을 무시했다는 점입니다.

청해진해운은 부랴부랴 세월호를 도입해서 추가구입을 했고, 운송수입비율이 25% 이하로 낮아지자 무리하게 화물 적재량을 늘리는 수법으로 수익을 늘리다가 참사를 유발한 것입니다.

정부가 법을 제정하면서 감독,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무시하고 엉터리로 법을 바꾼 결과입니다.


어떤 사건을 조사할 때 국회의원은 개인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특히 여당 의원이라면 정부기관에 자료를 요청해서 쉽게 받아낼 수가 있습니다.

조원진 의원은 이런 능력을 갖추었지만, 일베에서 떠다니는 사진만을 보고 '전직대통령(노무현)이 해양수산부 장관 할 때 유병언하고 밥 먹은 사진이 나왔어요. 확인해 보셨습니까. 장관님?'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세월호 국조특위에서 했습니다.

노무현재단 워터마크가 있으니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만 했어도 이런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원진 의원은 태연히 일베 사진을 가지고 법무부 장관을 다그쳤습니다.

조원진 의원이 몰라서 그랬다면 국회의원 자질이 떨어지는 것이고, 알았다면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한 악랄한 정치공작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보고도 거짓을 계속 말하거나,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무식하거나 고의성을 가지거나.. 

초기에 사진 속 인물이 유병언이 아닌 조윤제 전 경제보좌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것을 알고도 삭제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유포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각주:2]

살아생전에도 언론과 온라인에서 많은 악성 루머와 음해를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어서도 이처럼 어이없는 일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를 향한 거짓과 왜곡이 강력한 법의 심판을 받아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각주:3]



  1. 오래된 선박일수록 관리,감독 점검을 철저히 해야 했지만, 체계적인 안전 시스템은 없었다. [본문으로]
  2. 어제 고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재 삭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문으로]
  3.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엠피터도 자문을 통해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게재되는 고의적인 악성,음해 댓글에 대한 증거를 캡처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스팸 광고성 댓글이 아닌 이상 삭제하거나 차단하지는 않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