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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김한길 사퇴' 뒤에 감춰진 새누리당의 무서움



7.30재보궐 선거 결과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이 참패했습니다. 새누리당이 11석을 확보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겨우 4석만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2012년 총선 때는 새누리당이 152석 새정치민주연합이 127석이었는데 7.30재보궐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158석, 새정치민주연합이 130석으로 새누리당이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한 이유는 '전략 공천 파문'과 '리더십 부재',' 선거전략 부재' 등으로 이미 선거 전부터 나와 있는 문제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야당이 무능해서만 새누리당이 승리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야당이 무능한 부분도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치밀한 선거 전략이 빛을 발했던 부분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도대체 새누리당이 어떻게 선거에 임했는지 분석함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왜 무능하다는 소릴 듣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문제는 경제였다'

선거 때마다 가장 잘 먹히는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안보'와 '경제'입니다. 북풍과 같은 안보 카드는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경제'는 중산층을 혹하게 하는 마법을 부리기도 합니다.


7.30재보궐 선거가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청사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합니다.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규제 철폐와 소비를 증진하기 위해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안, 단기적인 경기 활성화 등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회의'는 세월호 참사로 침체된 경기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층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40조 7,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풀겠다고 나섰습니다.



야권이 세월호와 야권 단일화 문제에 신경을 쏟고 있는 동안, 조중동과 경제 언론들은 일제히 '가계 경제 회복'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힘을 쏟고 있다는 '경제 카드'를 일제히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정권은 이미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질질 끄는 수법을 통해 본질을 회피하고 있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피로감이 달한 국민을 향한 '경제 카드'는 엄청난 효과를 보였습니다. 

'지역 민심을 파고든 새누리당의 허풍 공약' 

새누리당은 선거 전에는 항상 귀에 솔깃한 공약을 내놓습니다. 선거 후에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빈번하지만, 그래도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말하는 공약은 지역 민심을 잘 반영하는 공약들입니다. 


이번 7.30재보선에도 새누리당 후보들은 지역 현안과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공약들을 내놓으며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경기 수원병 김용남 후보는 '수원역을 KTX 출발역'으로, 수원을 정미경 후보는 '수원 공군비행장 이전 사업'과 같은 지역 민심이 가장 원하는 숙원 사업을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대전 대덕 정용기 후보는 '연축동 개발 사업'을 충남 서산,태안 김제식 후보는 '태안 기름 유출사고 피해 조속한 보상'을 약속하며 지역 주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전남 순천,곡성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는 '순천과 곡성에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는 '예산 폭탄론'을 던져 소외당하고 있는 전남 순천,곡성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했던 말을 표정 한 번 안 바꾸고 뒤집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뻔뻔하게 선거 때마다 달콤한 말을 쏟아 붓습니다.

사기꾼에게 당하는 사람들이 그냥 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들의 화려한 언변과 화술, 그럴듯한 약속에 속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선거 때마다 지역 현안과 민심을 파고드는 공약을 내밀며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기술만큼은 거의 프로 사기꾼에 가깝습니다.

' 읍소전략, 다 이유가 있다'

새누리당은 항상 선거 막판에 '살려주세요','도와주세요'라는 말을 하며 '읍소전략'을 내놓습니다.


이번에도 동작을 나경원 후보는 선거 직전 '나경원 후보가 어렵습니다','나경원 후보를 살려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내 많은 사람들에게 빈정을 사기도 했습니다.

전남 순천,곡성 이정현 후보도 '죽도록 부려 먹다가 못하면 그때 다시 쓰레기통에 넣으시더라도 한 번만 제 손을 잡아달라'며 애걸복걸하는 '읍소 작전'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읍소전략을 살펴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는 점과 또 하나는 그들의 예측이 놀랍도록 정확하다는 것입니다. 

 
동작을 나경원 후보는 2위 노회찬 후보와 929표 차이로 겨우 승리했습니다. 무효표 1,403표만 아니었으면 질 수도 있었을 상황입니다. [각주:1]

새누리당은 여의도연구소 등을 통해 어느 여론조사 기관보다 뛰어난 지지율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거의 1일 단위로까지 만들 수 있는 그들의 역량이 있기 때문에 선거 막판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대비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읍소전략'을 단순히 우습게 보기보다는 그만큼 치밀한 데이터와 행동을 병행한다고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2014년 7월 31일 오늘 조선일보 1면의 머리기사는 '안철수,김한길 사퇴'입니다. 7.30재보선 결과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예측은 하겠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정치]7월9일 - 7.30재보선, 야당의 무덤이 될 수 있다 (이미 야권 패배는 예측됐던 상황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입니다. 야당이 야성을 잃으면 머리를 잘 써서 전략이라도 잘 세워야 하는데 그도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력은 더욱 형편없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새정치민주연합의 조직력은 분열과 반목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사퇴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새누리당이 얼마나 무섭고 치밀한 집단인지 먼저 분석하고 인식해야 합니다.

도덕성도 가치관도 역사관도 형편없는 새누리당이지만, 선거만큼은 어떻게 이기는지 아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도 여전히 빨간색으로 뒤덮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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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동당 김종철 후보 때문이라는 억측은 하지 말자, 진보정당을 지지하는표심도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