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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병무청은 왜 '지도층 병역기피' 비판 글을 삭제했는가



2014년 7월 29일에 2010년에 작성했던 글 하나가 블라인드 처리됐습니다. 블라인드 처리는 블로그의 글을 외부에서 볼 수도 없고, 내부에서 수정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각주:1]

블라인드를 요청한 곳은 병무청으로 아이엠피터가 작성한 글 '박재완 장관처럼 고혈압으로 군대면제 받기' 이 '불법 병역 면탈 및 감면 조장'을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작성한 글은 2010년 MB정권 시절 박재완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병역 문제와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 기피를 비판한 내용입니다.



박재완 장관은 고혈압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박재완 장관은 약도 복용하지 않았고, 자신은 그저 병무청의 판단에 따라 보충역 판정을 받았을 뿐 병역 기피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과 병무청의 처분을 비판했던 글에 포함되었던 병역 면탈 사례는 모두 언론에 이미 나와 있던 사례들입니다.


아이엠피터가 박재완 장관의 병역기피를 비판하며 내세웠던 '혈압잴때 똥꼬에 힘주기'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불과합니다. 

당시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밝힌 '본태성 고혈압' 수법과 병역 기피 방식은 대다수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었습니다.


2008년 병무청은 2006년 1월~2007년 7월까지 고혈압으로 판정받은 4-5급 813명을 재신검 하겠다고 했으며, 아이엠피터의 글에 나왔던 사례 (커피 많이 마셔서 혈압 높이기, 특정 신체부위에 힘을 주기 등)의 방법으로 병역을 경감받은 사람들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2008년의 병역기피 사례를 2010년에 인용했고, 병무청은 2014년에 삭제했습니다.

▶ 2008년: 병무청 신종 병역기피 수법 발견하여 재신검 후 적발자 불구속 입건
▶ 2010년: 아이엠피터 2008년 사례 인용 블로그 포스팅 작성
▶ 2014년: 병무청 '병역 면탈 및 감면조장'의 이유로 글 삭제


병무청이 굳이 오래전 작성했던 글을 삭제한 이유는 병역 면탈 사례로 박재완 전 장관을 빗댔기 때문은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박재완은 MB정권 시절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장관을 하다가 2013년 3월에 퇴임했습니다. 퇴임 이후 박재완 전 장관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이라는 자칭 보수 단체의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재완 장관은 요새 들어 언론 인터뷰 등 많은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행보와 병무청의 블로그 글 삭제 요구가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추측을 해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병무청이 '병역 면탈 및 감면 조장'이라는 이유로 블로그의 글을 삭제하려고 했으면 이미 했어야 마땅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네이버와 구글 검색으로 '군대면제 받기'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아이엠피터의 글이 제일 상단에 노출됩니다.

진짜 군대를 면제받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불법 블로그라면 지속해서 불법 사이트를 단속하던 병무청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주:2]



아이엠피터의 글이 병역면탈을 조장하지 않았음을 병무청 관계자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글 안에 <포스팅 보고 고혈압으로 군대 면제받을 사람은 없겠죠? 저 사진에 수갑 차고 있는 거 보이시죠>라며 잘못된 방법(고혈압 등)으로 면제받은 사람이 재신검후 검찰로 이관되었다고 분명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는 병역 면탈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득권 층의 병역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국방] - '유전면제,무전입대' 고위층 2세 대부분 '땡보직'
[국방] - MB정부의 '병역면제 명문가'를 아십니까?
[정치] - MB정권 최악의 도덕성을 보여준'인사청문회'
[정치] - 방위출신 김성환장관의 병역의혹과 사유.
[정치] - 군대 꼭 갈 생각이 없었다는 김황식 총리 후보
[정치] - 이재오 1타3피 군복무,고2에 육사입학 이상득.

병무청은 늘 권력자와 재벌가 등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비리에는 관대했으며, 진짜 병역을 면제 받아야 할 일반인들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병무청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아이엠피터의 글이 병역 면탈 및 감면을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참으로 의아합니다. 독해력이 떨어져 제목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역이 좁고 인민이 적은데… 더군다나 놀기만 하고 게으른 자가 10명 가운데 8~9명이 차지하고 간신히 남아 있는 선량한 백성에게만 유독 병역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시길, ‘균등하면 가난하지 않고, 화합하면 부족함을 걱정하지 않으며 편안하면 나라가 위태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바로 지금 병역의 불평등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무슨 방법으로 민중의 마음을 화합시켜 나라를 망하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1659년 (효종10년) 병조참지 유계[각주:3]

똑같은 사례를 인용한 언론 기사는 놔두고 블로그의 글에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불평등함과 특정인을 옹호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병무청의 모습을 보면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병역비리가 왜 근절되지 않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무전입대, 유전면제>라는 사실이 아직도 통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군대에 보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 병무청이 해야 할 일이지, 사회 지도층의 병역비리를 비판하는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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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은 병무청에(병역조사과 ☎ 042-481-2784)직접 소명을 해야 블라인드가 풀리는 이상한 규제 때문에 작성된 글입니다. [본문으로]
  2. 병무청은 이미 불법적으로 병역을 면제 받는 음성 블로그 사이트 수백 개를 폐쇄한 바 있다. [본문으로]
  3. 출처:조선시대의 병역비리,병역면제 경향신문 이기환 기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