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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의무 헬기도 실탄도 방탄복도 없는 아찔했던 교전


여러분은 이 사진의 차이를 금방 아셨습니까? 상단은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했던 임모 병장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병사들이고 아래는 레바논에 파견된 동명부대원들입니다. 차이는 바로 방탄복 착용 여부입니다.

총기와 실탄을 보유한 임모 병장을 진압하러 나선 병사들은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았고, 부상자 후송 훈련 중인 동명부대원들은 모두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동명부대원이 있는 레바논도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지역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진압 작전에 투입되어 교전하고 있는 지역의 병사들이 훨씬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실탄조차 지급되지 않았던 병사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작전에 투입됐던 일부 병사 중에는 관심사병이라는 이유로 실탄이 지급되지 않아 총기에 탄창조차 결합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국방부는 진압작전 최일선에 있는 703특공연대에는 방탄복과 실탄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반 병사도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 투입됐다면 방탄복과 실탄을 지급했어야 마땅합니다. 

실탄이 지급되지 않은 관심병사들과 함께 있던 소대장은 임모 병장과 조우했고, 혼자 그를 추격하다 관통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총상을 입은 소대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언제 어떻게 교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관심사병이라고 실탄을 소대장이 소지하거나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얼마나 검거작전이 엉망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간인의 안전은 무시한 검거작전'

보통 경찰이나 군대에서 작전을 벌일 때는 주위의 민간인을 통제하거나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도록 합니다. 그것은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진압작전을 벌이고 있는 저격수 옆에 태연히 앉아 있는 할머니가 있는 사진을 보면, 그 누가 지금 실탄을 휴대한 무장탈영범과의 교전 대치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저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저격수는 진짜 자신이 실탄을 발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기에 있다고 보십니까? 만약 저격수가 실탄을 발사하고, 그에 대한 대응사격이 발생한다면 저 할머니는 어떻게 됐을까요?


사격장에서는 절대 총구를 사람에게 겨누거나 총구 앞을 지나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탄이 있건 없건 혹시나 있을 위험 사고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옥상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헌병 특임대의 앞으로 공을 든 아이는 태연히 지나가고 특임대원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임대원의 총에는 실탄이 없어서 저럴 수 있었을까요?

교전 때문에 총성이 울리는 모습과 다르게 너무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는 대한민국 국군을 보면, 마치 영화촬영 현장을 보는 듯합니다.

'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는 헬기 때문에 지체된 부상자 후송'  

임모 병장의 총기 난사로 총 5명의 사망자와 2명의 중상자, 5명의 경상자(소대장 제외)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1군사령부는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만 5명이 있다는 보고만 했습니다.

또한 사망자 5명의 사망시각이 달랐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초기 사망한 2명과 나중에 사망한 3명의 사망보고 시각에 20분의 간격 차가 있었으며, 환자 후송에 4시간씩 걸린 이유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아이엠피터도  6월 23일 포스팅에서 환자 이송에 4시간씩 걸린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었습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 김지용 상병은 중상을 입어 대수술이 필요했지만, 헬기가 아닌 고속정을 이용하여 병원까지 무려 4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대한민국 육군에는 '의무후송 전용 헬기'[각주:1]가 없습니다. UH-60을 개조해 기본적인 의무 키트를 장착해서 응급의무후송 헬기로 운용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악천후와 야간에는 비행이 불가능합니다.

2011년 7월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당시 박치현 상병은 중상을 입었지만, 강화도에서 국군수도병원 이송에만 3시간이 걸려,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된지 25분 만에 숨졌습니다. 당시 헬기로만 왔어도 충분히 살릴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총기 참극으로 부상자 후송이 늦어진 이유는 육군이 보유한 '응급의무후송 헬기'는 태백산맥을 야간에는 넘을 수 없었기 때문에 중앙119구조단의 헬기를 기다리다가 지체됐습니다.

<고 이범한 상병의 외삼촌 (전 미군 군의관)은 총상을 입고 1시간 40분 이후에 과다출혈로 사망했던 점으로 미루어, 응급 구조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총기 참극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재발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군 정밀 진단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런 대책은 2005년 연천 GOP사고에도 나왔던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육군 의무실장은 2014년 3월, 응급의무후송헬기를 춘천에 배치했고 앞으로 야간과 산악지대 긴급 후송이 가능하다고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뒤, 육군 의무실장은 야간과 험악한 산악지형 때문에 부상자 후송에 4시간이 걸렸다고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2011년 해병도 총기 난사 사건에서 부상자 이송이 늦어져 아까운 젊은이의 목숨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국방부와 군대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이승만정권부터 박근혜정부까지 대한민국 군대는 전혀 바뀐 것도 없으며, 바꿀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 젊은이들의 헛된 죽음을 계속 방관해야 하는지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1. 국방부는 매번 수리온 헬기를 개조한 의무후송 전용 헬기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실제 투입은 2017년이나 가능하다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