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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문제를 세월호 탓으로 돌리는 나쁜 대통령



세월호 유가족들이 김시곤 KBS보도국장의 발언 사과와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KBS와 청와대 앞에서 밤샘 시위를 했습니다.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던 유가족이 경찰에 둘러싸여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민생대책회의'의 요지는 '세월호 때문에 소비심리 위축 조짐이 있으니 경제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대로 식당이나 마트, 여행업, 숙박업 등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제'가 꼭 세월호 때문에 무조건 나빠진 것은 아닙니다.

' 박근혜정부의 민생지수는 갈수록 최악'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한 달 전인 3월 22일, 국가미래연구원은 역대 정권과 비교한 박근혜정부의 2013년 4분기 '민생지수'를 발표합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4/4분기의 민생지수는 98.7(기준치 100)로 3/4분기 99.1에 비해 소폭 하락했습니다.

4/4분기 민생지수가 하락한 이유는 '비소비지출'이 늘어나고, 식료품비,주거비 등의 지출이 늘어나고, 전세값도 상승하여 전체적으로 민생지수가 악화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한 달 전인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2013년 10월 0.9%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속 1,0%를 유지하다가 2014년 3월 1,3%로 상승하면서 4월은 1,5%로 올랐습니다.

단순한 경제지표만 봐도 세월호 참사 때문에 무조건 경제가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월호 때문에 소비심리 위축됐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꼭 세월호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통해 더욱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2014년 4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농산물 가격만 2013년 4월보다 12.8% 하락했습니다. 농산물의 경우 작황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공업제품은 2.0% 올랐습니다.

농산물을 제외하고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비자물가 대부분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우리가 공과금이라고 부르는 전기·수도·가스는 4.2% <도시가스(6.5%), 지역난방비(5.0%), 전기료(2.7%)>가 올랐습니다. 하다못해 하수도요금도 무려 12.0%가 올랐습니다.

집세가 3.1% (전세) 오르면서  공동주택관리비도 3.1% 올랐고, 택시요금(8.6%), 학원비(고등학생(3.2%)까지도 올랐습니다. 

내야 할 돈이 많아지는데, 어떻게 식당에 가서 외식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수 있겠습니까?

소비와 직결된 영세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문제는 이미 세월호 참사 이전에 소비자가 소비할 수 있는 돈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던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년간의 침체국면을 지나서 이제 조금 형편이 나아질 만한데 여기서 우리가 다시 주저앉게 된다면, 서민들의 고통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를 보면 제조업은 전월대비 1p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수에서 대기업은 5p 상승했지만,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은 2p 하락하거나 동일했습니다.

규제 완화 등으로 대기업의 상황은 계속 나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리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경영애로사항을 보면, 내수부진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습니다. 이것은 세월호 참사와는 상관없이 한국 경제가 애초에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그 자체도 부동산 문제와 엄청난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어서, 앞으로도 경제가 그리 좋을 수는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이전에 어려워진 경제 문제를 세월호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경제 실책을 감추려고 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소비를 강요하는 대통령'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받아적은 언론들은 일제히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상인들 매출이 30~50% 줄었다고 했지만, 사실 앞서 말한 소비자물가 상승의 요인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축제가 취소됐던 곳도 있지만, 연기된 곳도 있기 때문에 단기 소비 심리 위축으로 점차 나아진다는 예측은 하지 않고 무조건 나쁘다고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행이 취소되고 있어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왜 사람들이 여행을 취소하고 있는지 그 대책은 없습니다.


제주에 사는 아이엠피터는 더는 배를 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객선 관련 고장이나 회항이 또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사는 제주에는 수학여행이나 단체 관광객의 관광버스가 많이 다닙니다. 그런데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과속하거나 중앙선을 넘어다니는 버스를 보면 '사고 나면 대형사고'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여행은 안전하게 다녀와야 합니다. 그러나 그 여행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식당이 힘드니 정부와 기업이 회식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식만 늘리기보다 '출입구 하나뿐인 지하식당에서 회식을 하지 않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도 적극 알려야 합니다.

요새 사람들은 어디를 가도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거나 탈출로 등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언제 어떻게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리가 안정돼야 비로소 경제가 살아날 수가 있다'고 하면서 불안한 국민의 심리를 만족하게 할 안전은 확보하지 않고, 무조건 소비를 활성화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비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2분기 재정집행규모를 7조 8천억 원 늘린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실제로 재정집행규모 대부분은 은행에서 빌려주는 대출입니다. 그런데 마치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식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미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고, 무조건 은행 돈만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부채를 더 늘려 악순환을 만들 여지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 그 고통은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됩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 위기는 박근혜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의 원인이 큽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쏙 빼놓고 무조건 세월호 탓이라고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대통령이, 이제는 국민의 경제문제까지 또다시 침몰시키려고 합니다.

경제를 망치는 주범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이 아닌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대통령 스스로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