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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대구공고 '전두환 찬양글'이 심각한 이유



대구공고 홈페이지에는 '모교를 빛낸 동문'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구공고 출신의 전두환을 자랑스럽게 미화된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구공고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동문이 작성한 내용이라고 하지만 단순한 게시글이 아닌 이미지로 깔끔하게 보이는 형태로 봐서는 대구공고의 입장이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저 대구공고 졸업생으로 대통령이 됐다는 간략한 소개가 아니라 그 안에는 역사를 왜곡한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서울지방법원에서 사형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던 범죄자를 대구공고 홈페이지에서는 어떻게 미화했고, 무슨 역사를 왜곡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두환이 민주화 불멸의 초석? 단임제에 대한 왜곡'

대구공고 홈페이지에는 전두환에 대해 '단임제 실천 업적이 민주화에 불멸의 초석' 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6일 오후에 네티즌들의 항의가 있자 삭제했지만,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구공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대공인'이라는 전두환 이력을 보면 '그외 특별히 두드러진 업적으로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실현하지 못한 '단임제'의 실천을 들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정치 민주화에 불멸의 초석으로 기록되고 있다'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대구공고는 전두환이 '단임제'를 했던 업적이 민주화에 불멸의 초석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표현을 쓰지 못합니다.


박정희는 유신헌법을 통해 영구집권을 노리다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합니다. 박정희의 사망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또다시 군사정권이 들어설 경우 나올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민들 사이에서는 1인 장기독재 방지에 대한 여론이 거셌고, 미국또한 장기적인 독재가 주는 폐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박정희와 같은 독재자 정권이 다시 들어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결국, 전두환은 박정희 장기독재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여론과 12.12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미국으로부터 대통령을 인정받기 위해서 단임제를 어쩔 수 없이 선택했을 뿐입니다.

' 전두환이 벌인 단임제 꼼수'

1979년 박정희가 사망하자, 전두환은 보안사를 중심으로 그해 12월12일 군사쿠데타를 일으킵니다. 전두환은 신군부 세력을 통해 계엄사령관이었던 육군 대장 정승화 등을 내란방조죄로 체포하고, 이듬해 육군 중장으로 진급합니다.

전두환은 동시에 4월 14일 헌법이 정한 일인 독점금지를 위반하고 10대 중앙정보부장 서리로 취임, 4월 14일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을 짓밟고 모든 권력을 장악합니다.



1980년 5월 전두환은 '비상계엄 전국확대'를 통해 대통령이 될 준비를 하는데, 당시 전두환의 집권을 반대하는 광주 시민을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진압하기도 합니다. 이후 전두환은 육군 대장으로 진급하는 동시에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합니다.

전두환은 8월 15일 최규하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자 곧바로 8월 27일 대통령 후보에 단독 출마했으며, 8월 2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로 11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우리가 흔히 전두환이 대통령을 한 번만 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는 대한민국 11,12대 대통령이었습니다. 비록 11대는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12대까지 합치면 그는 연임했던 대통령입니다.

또한, 유신헌법을 개정하고 단임제를 보장하면서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실현할 인물로 포장됐지만, 임기는 7년으로 유신헌법보다 1년이나 더 늘었습니다. 실제로 전두환이 집권한 기간을 보면 보안사령관 시절까지 거의 8년으로 과거 임기 4년제 대통령을 연임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말은 단임제였지만, 실제로 체육관 선거의 대명사였던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대통령 선거인단으로 바꿔 '1당 장기집권'을 영구히 획책했습니다. 이 말은 전두환이 퇴임해도 그가 당만 장악하고 있으면, 뒤에서 상왕 정치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 결국, 말만 바꾼 독재자의 영구 집권 시나리오에 불과했습니다.

' 부정부패의 원흉이었던 전두환'

대구공고의 전두환 찬양글에 보면 '재임기간중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을 비롯하여 해외여행 자유화와 통금 해제, 중고생 복장과 두발의 자율화 등 각종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하여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나아가서는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전두환이 재임기간 권력형 부정부패를 척결했다고 하는데, 전두환만큼 악랄하게 부정부패를 했던 인물은 역대 대통령 중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두환의 비자금을 제외하고서라도 전두환의 부정부패는 엄청나다 못해 기겁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그의 형제들이 전두환의 대통령 재임 시절 벌였던 수법은 권력비리의 전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전두환의 형 전기환은 5공 당시 '대군'으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전기환은 1983년 윤욱재를 내세워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권을 빼앗아 바지사장으로 삼호물산 조강호를 내세우고, 사위 오세철을 설립 이사로 만들어 실제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가로챈 인물입니다.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은 5공 시절 입법부,사법부,행정부보다 높은 새마을중앙운동본부 회장으로 권세를 누렸던 인물로 정부의 각종 특혜로 수백억 원의 땅을 불하받아 그 땅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습니다. 또한 전국 단위의 새마을운동 조직을 통해 각종 선거에 개입하여 형처럼 대통령 대접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전두환 형제만 5공 시절 비리를 저지른 것이 아닙니다. 전두환의 사촌 동생 전우환은 시골 정미소를 운영하다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자, 하루아침에 '양곡가공협회 회장'이 됐습니다. 사촌 형 전순환은 골프장 허가를 미끼로 금품을 받았고, 이들은 모두 금품 수수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전두환의 동서 홍순두는 한국 항공화물협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비리를 저질러 구속됐고, 전두환의 매제 또한 횡령혐의에 가담하기도 했습니다. 전두환의 조카도 청탁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아 구속됐습니다.

전씨 일가의 비리뿐만이 아닙니다. 전종철은 서울지역 경찰서장을 한 번도 하지 못해 승진 대상이 아니었지만, 전씨 종친이라는 이유만으로 2년 만에 치안감으로 특진 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5공비리수사를 가리켜 '그 하나하나가 내용이 방대하고 사실관계가 장기간에 걸쳐 복잡하게 얽히어 이루어져 왔으며, 관련증거가 멸실됐다' 밝혔습니다. 전두환 5공비리가 얼마나 규모가 방대하고 많은 사람이 연루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토록 비리가 많았던 인물이 전두환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자에게 '부정부패를 척결하고'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습니까? 마치 강도를 향해 모범 시민이라고 상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두환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정직 근면이 존경 받아야'하며 '권력을 이용하여 수십억 또는 수백억원의 재산을 긁어모은 정치인이 있고, 일부 부유층이 사치를 위해 낭비에 흐르는가 하면 나만 잘먹고 잘살면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하였으며, 정직,성실,근면한 사람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대우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못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라고 했습니다.


전두환의 20대 손녀는 수천 평짜리 땅을 소유하고 있는 등 그의 직계 가족들은 수천억 원의 재산과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전두환의 추징금은 절대 내지 않고 있습니다. 전두환의 탤런트 며느리 박상아는 전두환의 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 시킨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정치] - 전두환, 추징금 1673억 안 내는 이유가 '이것' 때문?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독재를 반대하는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 재임 기간 수천억 원의 비자금과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던 자가 전두환입니다. 

▲대구공고 동문들이 체육대회에서 운동장 바닥에 엎드려 전두환에게 큰 절을 하는 장면.출처:오마이뉴스

 
대구공고 동문들을 보면 마치 5공시절 전두환 일가 문지방을 드나들던 아부꾼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들은 전두환을 보면서 부정과 부패,불법을 저질러도 잘살 수 있으며, 그에게 잘 보이면 뭔가 나올 수 있다는 애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대구공고 홈페이지의 찬양글이나 대구공고 동문들이 보여주는 행위가 왜 잘못됐느냐면 <이와 같은 부조리와 부패를 그대로 놓아둔다면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나라의 존립마저 크게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이엠피터의 말이 아니라 전두환이 대통령 취임사에서 했던 말입니다. 부정 부패를 처벌하지 못하고, 권력의 독재와 불법을 미화하고, 올바른 역사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살인과 강도,도둑질을 해도 평생 잘 살 수 있다'라는 천박하고 위험한 생각이 자랑거리가 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