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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제주도민이 추앙하던 박정희, 제주를 '미군기지'로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가 제주 4.3에 대해 '무장폭동 내지 반란'이라고 강연을 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민주통합당 김현 의원은 남재준 후보자가 2008년부터 작년까지 '북한의 대남전복전략 실체와 우리의 자세'란 제목의 강연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전력증강과 전쟁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시키는 한편 우리 국군의 전투력 증강을 방해하고, 힘을 소진시키기 위해 가용한 모든 요소를 총동원해서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48년도 남한 단독총선을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일으켰던 제주 4.3사건" 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남재준 후보자의 강연에 대해 민주당 김현 의원은 "제주 4.3사건을 무장폭도 및 반란으로 규정한 것이 맞냐?"고 질의했고, 이에 대해 남 후보는 "우리 군인들이 알기는..사법부는 달리 판단했다. 내가 말한 건 전체가 아니라 김달삼 등에 한정돼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날 국정원장에 대한 제주4.3 질의가 이어지자 갑자기 새누리당 서상기 위원장은 "(질의가)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다. 마이크 끄세요"라고 외쳤고, 인사청문회가 소란스럽자 서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 내정자가 지닌 제주4.3에 대한 개념과 가치관을 제주에 사는 '아이엠피터'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로 들었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제주에는 제주4.3에 대한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박정희를 추앙하는 제주도민, 그의 딸 박근혜를 지지하다'

제주에서 박정희라는 이름은 제주를 풍족하게 해준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감귤 산업을 발전시킨 장본인이고, 5.16도로와 같은 제주의 도로를 건설해준 '은인'처럼 생각하는 도민이 많기 때문입니다.

▲중문 관광단지 개발 현장과 감귤 농장을 시찰하는 박정희. 출처:1978년 경향신문


박정희는 제주를 자주 찾은 대통령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휴가도 제주로 자주 왔고, 제주의 귤밭 사업과 축산, 그리고 관광 사업 개발과 도로 확충 등에 많은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덕분인지 제주 유지들은 박정희가 제주에만 오면 ' 각하께서 (제주)를 방문하시면 아버지가 외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것처럼 기뻐들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희가 제주에서 밀감 사업을 장려하고 도로를 확충했다는 이유로 지난 대선 때 제주에서 노령층은 대부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 제주도 유세 중에 밀감을 선물받은 박근혜 후보. 출처:서울신문


제주도민 중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고, 이는 그대로 18대 대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도내 전체 33만967표 중 박근혜 후보가 16만6184표를 얻어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였던 제주였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박정희의 '경제성장'과 '감귤' 사업으로 제주가 부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 국토건설단이 만든 5.16도로에 파묻힌 인권'

제주에서는 5.16도로라고 불리는 도로가 있습니다. 이 도로는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도로입니다. 원래 5.16도로는 일본이 만든 임도를 확장 포장하여 만든 도로인데, 원래는 5.16도로가 아니라 '한라산 횡단도로'였습니다. 그러나 박정희는 5.16 군사쿠데타를 기념하기 위해 5.16도로를 주장했고, 이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한라산 횡단도로 개통식 장면, 출처:오마이뉴스 ⓒ 김동식


한라산 횡단도로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국토건설단'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 국토건설단은 박정희가 5.16쿠데타로 집권한 뒤에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직인데, 원래는 장면 정부에서 '대학생 취업'을 돕기 위해 구상된 취업 확대 시스템이었습니다.

박정희는 대학생 취업이라는 본래 취지를 없애버리고, 병역미필자를 구제한다는 이유로 전국의 불량배,부랑자,병역기피자에 대한 검거를 실시해 이들을 '국토건설단'에 강제로 넣었습니다. 예비역 군인들을 감독관으로 폭력과 인간 이하의 대접으로 마치 죄수처럼 노역에 시달렸던 '국토건설단'은 결국 국민 여론의 반발로 해체됐습니다.

▲MBC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한 장면. 출처:MBC


'국토건설단'에 의해 만들어진 5.16도로는 제주도민에게는 혜택이겠지만 단지 병역을 기피했거나 부랑자, 또는 시국에 대한 불순한 언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잡혀가 죽도록 고생하고, 다치고 죽었던 사람들에게는 '고통과 억압'의 상징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전두환이 만든 삼청교육대가 박정희의 '국토건설단'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사실만 봐도, '국토건설단'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정권의 노동력 동원과 통제방식으로 결과 이전에 과정 자체가 불법과 인권유린의 현장이었음을 제주도민은 깨달아야 합니다.

'제주도를 미군기지로 제공하려던 박정희'

박정희를 제주의 은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박정희가 제주도를 미군기지로 제공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제주도를 미군기지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박정희. 출처:경향신문


1969년 박정희는 미국이 오키나와 기지를 일본에 반환하게 되는 경우나 아니면 새로운 미군기지 등 어떠한 형태라도 제주도를 미군기지로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박정희의 이러한 제주도 미군기지 제공 선언은 단순히 군사력 증강이라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국토를 외국 군대에 아예 넘기겠다는 위험한 발상 중의 하나였습니다. 특히 제주도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력을 동원한 군대 출신 대통령답게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독재자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정희의 제주 미군기지 제공에 대해 미국의 반응이 쌀쌀했다. 출처:경향신문


제주도민의 생각은 아랑곳없이 자기 생각대로 제주도를 미군기지로 제공하겠다는 박정희의 생각은 오히려 미국의 냉담한 반응에 부딪혔습니다. 미국은 제주가 항만시설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수도와 전력시설도 없으며, 바람이 세서 미군기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어떤 이들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완성되고 하와이처럼 미군이 들어서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진짜 하와이 주민들은 오히려 미군기지 때문에 겪는 피해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관광 오는 사람들은 좋을 수 있겠지만, 사실 하와이에 사는 주민들은 물 부족과 주택난,예산 부족에 허덕이며 높은 생활비에 환경문제까지 하와이를 죽음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방문해 제주해군기지 설명을 듣는 박근혜 후보. 출처:한겨레


박근혜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제주를 방문해 마치 해군기지가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만들어지면 제주가 하와이처럼 발전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진실은 전혀 다릅니다.


[시사] - 제주도민이 박근혜의 말에 경악했던 사연

'아이엠피터'는 제주해군기지를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정부의 행동과 모습, 그리고 그것이 마치 지상낙원과 같은 유토피아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박근혜는 제주4.3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을까?'

제주에 살면서 제주4.3을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제주4.3에 대한 악몽과 연좌제에 걸려 있던 고통을 기억하는 제주도민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 제주4.3사선을 다룬 영화 '지슬'의 한 장면


제주가 제주4.3희생자 유족에 대한 추가 신고를 받은 결과 총 2만7792명의 제주도민이 제주4.3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당시 제주도 인구가 30만 명을 (1947년 제주도 인구총계 275,899명, 제주4.3진상보고서 기준)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한 명은 제주4.3사건으로 죽거나 행방불명 됐거나 그 희생자의 가족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제주에서 제주4.3은 제주도민이 대다수 연루됐지만, '무장폭동과 반란'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숨겨졌다가 1960년 4.19혁명을 계기로 진상조사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로 다시 '무장폭동과 반란'으로 규정돼 수십 년간 말도 꺼내지 못해 살다 겨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르러 억울함이 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7대 대통령에 당선된 박정희와 제주에서 발견된 무더기 부정표. 출처:동아일보


제주 사람 일부는 제주 경제발전을 가져다준 사람이 박정희라고 주장하지만, 그가 남발했던 국토개발로 제주는 지금도 땅 투기꾼들과 재벌들이 소유한 수십만 평이 그대로 남아 있고, 인권을 무시한 5.16도로는 그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에게 경제적 혜택을 준다고 부정을 눈감아주고, 인권을 무시하고, 불법과 무분별한 환경 파괴까지 자행하며, 억울한 제주4.3을 말하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로 '아이엠피터'는 박정희가 제주의 '은인'이 아니라 제주의 '파괴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8대 대선때 제주에 걸렸던 새누리당 현수막.출처:트위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제주4.3추모 국가기념일 제정' 공약을 내걸었고, 새누리당은 곳곳에 '4.3 완전한 해결 새누리당이 해내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제주4.3을 아직도 '무장폭동과 반란'이라고 강연에서 떠들고 다니는 사람을 국정원장에 내정한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제주4.3을 완전하게 해결할지는 의문입니다.

누군가 빵을 준다면 그 영혼까지 팔겠다고 하겠지만, '아이엠피터'는 아무리 누가 나에게 빵을 준다고 해도 내 영혼을 팔아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가 제주에 남긴 빛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픔까지도 생각하며 대선 때 약속한 제주4.3 관련 공약을 반드시 지킬지 두고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