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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일본 자위대가 '국방군'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노다 일본 총리의 지시로 중장기적인 일본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총리실 산하 정부 분과위원회는 앞으로의 일본 안보 정책에 대해 "더 능동적으로 평화주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해석 등 기존의 제도 관행의 재검토를 통해 안보 협력 수단의 확충을 도모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통해,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취했던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인정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총리실 산하 위원회에서 낸 보고서지만, 이 보고서가 지닌 의미는 한국에는 아주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의 중장기 전략이 담긴 보고서를 이해하려면 '집단적 자위권'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전에 우리는 '전수방위정책'을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 본토 방어와 제3국 공격'

전수방위정책은 일본이 패전 후 제정된 헌법에 따라 채택한 일본의 안보전략입니다. 일본은 패전 후 군대를 해산했고,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자위대'를 창설했습니다. 자위대는 경찰도 아니고 군대도 아닌 '경비대'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일본은 상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방위력 행사의 양태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저한도에 머물게 하며, 보유하는 방위력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저한도의 것으로 한정한다" (1989년 일본 방위백서)

현행 일본 자위대는 일본 본토를 공격받았을 때만 전투를 할 수 있으며, 일본을 공격한 적이 물러가면 그 적의 본거지를 공격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일본 현행 헌법과 '전수방위 정책'에 따르면 만약 북한이 일본을 공격해도, 일본은 북한이 일본 영토 안에 들어와 있을 때만 공격할 수 있고, 북한이 물러가면 북한을 타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런 수동적인 일본 안보 정책을 고쳐서 일본이 공격당하는 징후가 보이면, 본거지를 선제 타격하거나 전쟁 발발 시 근거지를 아예 공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국가의 헌법처럼 일본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평화헌법에서 전쟁헌법으로'

군대를 보유할 수도 없는 일본이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현행 헌법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고, 자위권을 발동하려면 반드시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자민당에 헌법 개정안을 지시했습니다. 이 당시 개정안에는 자위군을 보유할 수 있고, 이 군대가 출동하여 자위권을 발휘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당시 진보세력과 시민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는데, 이 헌법개정안이 2012년 4월에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고, '자위군'을 '국방군'으로 명칭만 바꾸었습니다.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헌법을 개정하여, 자위대를 군대로 만들고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의 발언을 계속해왔었습니다.


일본 총리들은 단순히 평화헌법에 명시된 소극적 방어를 아예 강력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헌법해석부터 아예 헌법을 개정해서 군대 보유를 할 수 있게 만들자는 주장을 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현행 일본의 헌법은 미군 점령기의 잔재라는 주장을 펼쳐, 헌법을 개정하자는 일본인들의 지지를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헌법 개정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은 헌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헌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안보 관련 법안을 이미 통과시켜 놓았습니다.

일본은 자위대 출동이 무력사태가 일어났을 경우로 규정되었는데, 이것을 무력공격이 발생하거나 임박했을 때 또는 무력공격이 예측됐을 때로 바꾸어버렸습니다. 이 말은 만약 일본방향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북한이 아닌 중국일 수도 있는) 발사하려고 했을 때, 자위대가 단순히 감시,요격이 아닌 어떤 군사적 행동을 취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또한, 총리에게 안보사태에 대한 권한을 집중시켜 자위대에 출동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예상'될 경우에도 자위대가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군수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래 일본은 헌법 개정을 하기 위해서는 중의원,참의원에서 각각 과반수의 찬성으로 헌법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민당은 일본 국회의원 전체의 3분의 2가 의결하는 때에는 국민투표 없이 확정된다고 규정하는 헌법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2005년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헌법 개정'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60.6%가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데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은 물론이고 일본 국회가 언제든지 현재의 '평화헌법'을 '전쟁 가능 헌법'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군사대국 일본의 잠재력'

일본 자위대의 군사력이 어느 정도냐는 항상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전쟁이 나기도 전에 단순히 장비 보유 숫자로 군사력을 평가하는 방식은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습니다.그래서 흔히 일본의 군사적 균형을 평가할 때 자주 인용되는 4세대 전투기 보유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 '일본의 군사전략과 군사력 증강 추세' 송화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2010년


중국은 2007년에 4세대 전투기 보유숫자에서 대만을 앞지르기 시작했으나, 일본과는 질과 양 측면에서 열세를 보였습니다. 4세대 전투기 보유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은 군대가 아닌 자위대이지만, 제4세대 전투기 숫자만 놓고 보면 오히려 중국을 앞섰습니다.

▲ '전투항공력 변화의 경험적 분석' 최종건,김상준,고경윤 /국가전략 2011년 17권


전투기를 가지고 평가한 전투능력종합지수에서도 일본은 중국을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2010년도 자료이기에 지금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일본이 단순히 군대가 아닌 '자위대'를 가진 국가이지만, 결코 군사력이 전혀 없거나 현저히 뒤떨어지는 나라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전투기 숫자와 예상되는 전투능력만으로 군사력을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군사력은 무수히 많은 변수와 조건을 대입시켜 예측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재의 군사력이 문제가 아니라 헌법개정을 하고 난 뒤의 일본의 군사력입니다.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에서는 매년 세계 100대 군수산업 리스트를 올립니다. 여기에 일본기업들은 항상 11개 내지는 최소 6-7개의 기업이 포함됩니다.

▲ 미국 디펜스 뉴스가 발표한 2011년 세계 100대 군수기업 리스트


2005년 일본은 100대 군수기업에 미쓰비시중공업(19위), 가와사키중공업(40위), 미쓰비시전기(48위),NEC(56위),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83위), 도시바(91위), 고마쓰(100위) 등 무려 7개의 100대 군수기업을 거느려 아시아에서에서 이미 ‘군사대국’이라는 소릴 들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항공우주산업이 72위, 2011년 리스트에는 한국 4개, 일본 6개 기업이 포함)

알다시피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치르면서 군수산업의 기술력을 확보했었고, 한국전쟁 당시 군수산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나라입니다. 이처럼 축적된 기술이 풍부하기에 헌법이 개정되고 국방비가 증액된다면 순식간에 엄청난 군사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현재 기술수준으로 봐서 제조가 불가능한 무기는 거의 없다.무기수출 3원칙이 해제되면 하룻밤 사이에 일본은 무기수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미쯔비시 중공업 관계자)

대한민국은 전쟁의 위협 속에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군수산업에 대한 기술력과 생산능력, 현대전 사업 등을 일본과 비교하면, 지금 대한민국이 휴전국가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일본은 언제 전쟁을 일으켰나?'

보수우익은 항상 북한의 전쟁 도발을 빌미로 주한미군을 신처럼 떠받들며 삽니다. 그들의 논리대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떠나면 대한민국은 망할까요? 전쟁이 나면 대한민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결코 한반도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한반도를 포기하는 순간 중국을 견제하며 세계를 지배하던 미국의 '글로벌 커먼즈'는 무너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없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미국의 눈치를 보고 삽니다. 하지만 미국이 결코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반도에 머물고, 한-미 군사동맹을 유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됩니다.

강대국은 약소국이 어떤 삶을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약소국을 버리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나라와 군사적,외교적 관계를 언제든 이룰 수 있습니다.


2004년 12월 10일 일본은 안전보장회의를 통해 '2005년 이후에 관한 방위계획의 대강에 대하여'를 발표합니다. 약칭 '신방위대강'으로 1995년 방위대강 발표 이후에 9년만 에 나온 방위정책입니다. 여기서 일본은 세 가지 주요 정책을 내놓습니다.

○ '전수방위 정책'의 소극적 대응에서 '사전' 방지로 전환
○ 미-일 동맹을 통한 적극적인 동아시아 지역의 개입
○ 탄도미사일방위시스템의 도입


2012년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헌법 개정안 추진,자위대에서 '국방군'으로 군대 보유, 적극적인 자위권 행사는 이미 2005년 '신방위대강'의 정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셨습니까? 문제는 이런 일본의 치밀한 움직임이 한-미-일 군사동맹뿐만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의 활동영역이 한국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청-일 전쟁 당시 인천에 상륙한 일본군


1984년 청나라가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조선에 들어오자, 일본은 4.500명의 일본 군대를 제물포에 상륙시켰습니다.  일본의  외무대신 무쓰 무네미쓰는 이 기회를 통해 청나라의 영향력을 조선에서 몰아내기 위해 어떻게하든 일본군을 조선에 주둔하도록 했습니다.

1904년 일본은 청일전쟁 때보다 길어진 병참선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대한제국의 친러 정책을 무너뜨리기 위해 강제로 한일의정서를 체결합니다. 한일의정서 조약 제 1조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1조 한·일 양제국은 항구불역(恒久不易)할 친교를 보지(保持)하고 '동양의 평화'를 확립하기 위하여 대한제국정부는 대일본제국정부를 확신하고 시정(施政)의 개선에 관하여 그 충고를 들을 것.

일본이 내세운 것이 '동양의 평화'였습니다.그러나 그들이 앞세운 '동양의 평화'에 대한 결말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였습니다.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를 내세워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무조건 반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하다면 안보를 위해 동맹을 맺고 군사협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일본처럼 치밀한 장기적인 안보전략을 통해 그들과 군사협력을 맺고 혹시나 모를 일본과의 전쟁에 대비한 계획이 튼튼하게 마련되어 있느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일본이 한국에서 일으킨 임진전쟁(왜란)과 청-일 전쟁은 모두가 군사력이 막강해졌을 때 벌어졌습니다. 일본이 한-미-일 안보동맹만 맺으면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그들이 헌법을 개정하고 자위대를 군대로 만들고 군수산업을 통해 군사력이 높아짐을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1592년 임진년 일본은 조선을 공격했습니다.
'명나라를 정복하려고 하니 조선은 길을 빌려 달라'는 명목으로

2012년 임진년 일본은 대한민국에 말합니다.
미국과 함께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고, 북핵 미사일을 막아내자고


전쟁은 언제 어느 때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쟁이 무섭습니다. 전쟁의 위험이 끊이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중국과 미국,일본의 눈치만 살피면 삽니다. 무려 420년 전의 우리 조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