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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MB, 중국 눈치땜에 '해경 사망' 외면



대한민국 해경이 불법 조업을 막다가 중국 어선의 선장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고 이청호 경사의 죽음을 보면서 저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으며, 어떻게 국민을 대하고 있는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순직한 경찰에게는 대통령이 빈소를 찾거나 적극적으로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단순한 국내 사건이 아니라 외국인에게 임무를 수행하면서 살해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청호 경사의 빈소를 찾지도 않았고, 14일 거행된 영결식장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청와대 비서관에게 서한문을 대독시킨 것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빈소에 조화를 보내고 직접 빈소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 연합뉴스


이청호 경사가 죽은 지 이틀 동안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영결식장에 서한문 달랑 보낸 이명박 대통령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죽자마자 1시간 만에 애도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빈소에 대통령 실장, 정무,경제,사회통합, 민정,홍보 수석 등 자신의 측근을 모두 대동하고 직접 찾아갔습니다.


저는 이청호 경사 영결식이 있었던 14일에 이명박 대통령이 무지 바쁜 줄 알았습니다.

교과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고용노동부 이벤트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일정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고용노동부 업무 보고 (청와대 홈페이지 기준) 단 두 개였습니다. 업무보고가 중요한 대통령의 임무이고, 꼭 해야 할 일정이라면 가야한다고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업무 보고를 빨리하고 이청호 경사 영결식에 참석할 수 없었을까요?

교과부 직원들과 웃으며 기념사진 찍고,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이벤트 행사에 참석할 시간은 있어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죽은 경찰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해줄 수는 없었나요?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순직한 공무원이나 군인, 그리고 민간인을 위로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사망한 한준호 준위 빈소와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 병실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구조자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사망한 한준호 준위의 빈소에 직접 찾아갔고, '아덴만 여명작전'이라고 명명한 해적 소탕 작전 도중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병실에 직접 방문하여 선장 예복까지 선물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방문하고 위로를 해주었던 저 사건들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아주 유리했던 일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미지와 국정 운영에 관한 적극적 홍보, 물타기를 할 수 있었던 사건들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는 가지 않거나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고약한 습성이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수요집회 천회 기념비를 안고 있는 장면과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촉구하는 모습 ⓒ 프레시안,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000번째 수요 집회가 14일 열렸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수요집회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만큼 단일 주제로 개최된 집회로는 최장수 집회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념비적인 일에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했을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로하는 단 한마디의 말조차 없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일본 방문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청구권'을 정상회담 의제로 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단지 거론할 수도 있다는 선에서 합의했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천회를 맞은 '수요집회' 할머니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청호 경사의 빈소에 이명박 대통령이 찾지 않은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하거나, 중국과의 방중일정에 영향을 끼칠까 봐 겁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사과로 끝내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을 가진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불법 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순직한 박경조 경위 영결식 ⓒ


2008년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는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려고 배에 오르다 중국선원이 휘두른 삽에 맞고 바다에 빠져 숨졌습니다. 이때 대한민국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나 2011년 이청호 경사의 죽음에 내놓은 정부발표는 똑같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외교적 대응
▲단속의 실효성 강화
▲단속·감시·처벌 관련 제도 개선


여기에 중국정부도 중국 어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답변까지도 똑같습니다. 이것이 지금 중국을 대하는 이명박 정권의 안이하고 나태하면서 아무 생각 없는 대중국외교의 실체입니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단독정상회담ⓒ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이후에 북한을 감싸고 있는 중국에 연전연패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지혜로운 외교 정책을 펴야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눈치보기, 일본 눈치보기, 중국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무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실리 외교를 취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는 미국이 하라는 대로만 중국을 대하고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보면서 자주외교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단속중인 해경을 향해 쇠파이프와 흉기를 휘두르는 중국어선들 ⓒ 연합뉴스


오늘도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중인 해경들은 목숨을 내걸고 중국 선원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와 낫, 삽 등 흉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 코스트가드에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바로 총으로 응사합니다.

대한민국 해경보고 총기를 사용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고무탄 발사, 헬기로 최루액 살포 등 강력한 대응방법은 있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해경은 목숨 걸고 중국 선원을 체포해도 중국선원을 단순 조사 후 불기소 방침으로 늘 다시 풀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과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위해 죽거나 다친 사람을 위로하는 기준은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건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하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