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방

김정일 사망설,'전쟁설'은 한미FTA용 북풍?



어제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생뚱맞게 '김정일'과 '김정일 사망설'이 1,2위를 차지했습니다.연평도 포격 이후에 악화된 북한과의 대결국면도 조금씩 풀려가고 있고, '북-미 회담'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한-러 정상회담'도 열렸는데 갑자기 김정일 사망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 놀라운 것은 2012년 전쟁설까지도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치 섹션면을 보면 <북 '2012년 전쟁설' 김정은이 대놓고..>라는 전쟁설 제목이 그대로 올라왔었습니다.

네이버 화면 갈무리


네이버에 들어간 사람들 대부분이 자의 반 타의 반 무조건 읽는 뉴스캐스트 톱뉴스만 보면, 마치 대한민국에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보입니다.

'북 김정일 죽었다'
'김정일 사망'
'전쟁'
'이젠 전쟁이구나'


기사 안에 있는 주요 단어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읽으면 김정일 사망 → 전쟁임박 → 전쟁처럼 느낄 수 있는 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화면은 네이버 톱뉴스 첫 화면으로 네이버에 들어가서 클릭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이는 뉴스 제목들입니다.

갑자기 어디서 2012년 전쟁설과 김정일 사망설이 나왔는지 뉴스 기사들을 분석해봤습니다.

매경,중앙,노컷뉴스 화면 갈무리

매일경제,노컷뉴스.중앙일보의 전쟁설 관련 기사를 캡쳐해서 모아봤습니다. 이 기사들을 보면 3가지 단락이 모두 순서까지 똑같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전쟁설이 나돈다는 첫 번째 단락은 세 언론사 모두 동일하고 이 외에 순서까지 똑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의 주요 단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RFA (자유아시아방송) 방송 인용
2. 강성대국 실패
3. 점쟁이


언론사의 제목과 순서.단어, 인용문,문장까지 유사한 것을 보면 흡사 한 사람의 기자가 모두 작성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언론사별로 작성한 기자는 달랐습니다.

결국, 이 언론사들은 RFA의 방송 보도자료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해놓고, 엄청난 기사처럼 네이버 탑뉴스에 버젓이 올린 것입니다. 그것도 마치 '2012년 전쟁설'을 너나 할 것 없이 강조하면서...

솔직히 언론사들이 보도자료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하고, 심하면 보도자료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껴서 올리는 경우는 너무 빈번한 일입니다. 하지만 점쟁이 찾는 수준의 '전쟁설'을 올렸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네이버뉴스캐스트에 대한 안내문 ⓒ 네이버 갈무리


■ '전쟁설'과 '김정일 사망설', 네이버 뉴스캐스트 선정 기준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올라가는 일은 종이신문의 수천 배에 달하는 유입자를 끌어오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제휴 언론사에 대한 선정 기준 문제와 불협화음과 정책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탑뉴스와 기본형 노출,그리고 선택형 노출은 각각 유입자수에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그래서  언론사들은 자사의 1면 톱뉴스를 네이버에 송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보도자료 그대로 베껴놓은 듯한 기사들이 버젓이 네이버 톱뉴스와 정치 섹션 기본형에 노출되었습니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기사제목을 그대로 노출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제목과 1면 톱뉴스로 송고했다고 보입니다. (과연 네이버의 뉴스 노출 편집이 없었다고 믿을만한 근거도 부족하지만) 그렇다면 왜 언론사들은 별것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 너나할 것 없이 서로들 '전쟁설'과 '김정일 사망설'을 운운하며 기사를 송고했을까요?


■ 사라져 버린 한미FTA 뉴스

어제 네이버 뉴스 캐스트 중 정치면에서 한미FTA 관련 뉴스는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北서 있는  집 자식이라면 갖고 싶어하는 이것'이라는 북한판 아이패드라는 '선데이 서울' 수준의 뉴스 기사와 '북한 전쟁설' 기사는 있었어도, 한미 FTA 관련 기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정치면에는 1페이지당 9개씩 총 4페이지 36편의 뉴스가 올라갑니다. 그 기사들을 분석해보니, 전쟁설 4개, 북한/국방관련(연예인 비의 특등사수 뉴스포함) 4개 였으며, 한미 FTA 관련 기사는 단 한 개에 불과했습니다.

어제는 한미 FTA 관련 뉴스가 언론사마다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구글 정치뉴스 화면 갈무리


어제 구글에 나온 정치 섹션의 뉴스 기사 리스트입니다. 한미 FTA 관련 뉴스가 196개로 제일 많았고, 안철수 교수 관련 뉴스 40개, 한나라당 관련 뉴스 45개였습니다.

한미 FTA 관련 뉴스가 정치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온라인 검색 사이트 최강자인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는 왜 한미 FTA 뉴스를 찾아볼 수 없었을까요?

■ 한미 FTA용 음모론과 북풍 공작

제가 캡쳐이미지를 길게 올린 이유는, 어제 네이버가 보여준 모습만 봐도 충분히 '한미 FTA용 음모론'과 '북풍공작'을 의심케 한다는 증거를 객관적으로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그냥 음모론 같다', '북풍 공작이다'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빨갱이,'종북좌파'라는 댓글이 달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느꼈겠지만, 정확히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도 아니고, 겨우 보도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들이 네이버 톱뉴스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미 FTA 뉴스는 사라져버렸고,

저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김관진 국방장관 암살설이 북풍 공작을 의심케 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국방] - '김관진 암살설'의도적 오보? 교묘한 북풍?
[국방] - 북한 '김관진 장관 암살조'국내잠입은 '북풍공작?'

아시다시피 김관진 장관 암살조가 체포되었다는 뉴스도, 김관진 장관에게 암살시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네이버가 보여준 '전쟁설'과 '김정일 사망설'은 한미 FTA 날치기용 음모론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충분히 북풍 효과를 봤고, 그 결과 오늘 하루만은 한미 FTA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증권가에 나돈 '김정일 암살설'은 그 자체로 거론할 필요도 없는 기사들이었습니다. 그나마 전쟁설이 미국의 대북방송을 인용한 수준으로, 과연 이런 기사가 1면 톱뉴스감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네이버에 송고하는 선정성 기사의 잣대로 보면 가능하겠지만, 전쟁설을 그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언론사 데스크가 제대로 정신이 있는 기자인지 만나 보고 싶기도 합니다.)

네이버에 나온 뉴스캐스트 하나로 북풍과 음모론을 운운하느냐고 묻는 분들에게 지금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인터넷에서 뉴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 50%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뉴스를 읽고 있으며, 그 뉴스 대부분을 포털 메인에서 읽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말은 포털 사이트 메인에 나오는 뉴스는 그대로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반영된다는 점입니다.

네이버의 조작은 이명박 정권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네이버에서 정치 블로그의 글을 찾아보는 방법은 검색 결과, 그것도 수십 번을 클릭해야 겨우 볼 수 있습니다.)

[시사] - 이상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이명박 탄핵'
[시사] - 검색조작 네이버가 바뀐다고? 절대 못 믿어.
[정치] - 청와대가 네이버도? 여론조작의 실체 폭로.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검찰은 'FTA괴담 구속 수사'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괴담이라고 주장하는 약값 문제만 살펴봐도 누가 괴담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미 FTA 협정문 5장에서는 분명히 "의약품 및 의료 기기"가 명시되어 있고,영리병원도 "경제 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는 의료 기관, 약국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네이버 뉴스 캐스트는 언제든지 정부의 입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무서워하는 북한을 앞장세워서. 우리는 그것을 '북풍'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