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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와대 사랑채'는 MB의 '셀프 공덕비'



어제 청와대와 서울시는 서로들 해명에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이유는 '이데일리' 인터넷 신문에 서울시가 '청와대 사랑채'에 전시된 이명박 대통령 홍보물 철수와 서울시가 지불한 예산 및 토지에 대한 보상 청구를 계획 중에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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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청와대 사랑채 내부의 국정홍보 시설물에 대한 철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고 서울시 투입예산 및 토지보상 청구 등을 검토한 사실도 없다” 라는 서울시의 해명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현재 서울시와 청와대가 가진 생각의 차이와 국정에 대한 모습이 어떻게 변질하고 있는가를 말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진짜 오보였는지, 아니면 지금 서울시와 청와대가 무엇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지,과연 '청와대 사랑채'는 어떤 곳인지 조사해봤습니다.

■ 청와대 사랑채는 어떤 곳인가?

'청와대 사랑채'는 없던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은 아닙니다. 예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이었던 '효자동 사랑방'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리모델링을 한 것입니다.

청와대사랑채건립현황ⓒ청와대


원래 '청와대 사랑채'는 리모델링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거의 새롭게 지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증,개축 공사비만 해도 새로 건물을 짓는 금액인 총 199억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지하1층 지상 2층 규모의 청와대 사랑채는 예전 대통령박물관이라는 '효자동 사랑방'과는 다르게 서울시 홍보관, 대통령 박물관, 국정홍보관,G20 휴게실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여기에 찻집과 기념품 판매점도 입주해 있으며, 공예나 문화체험, 전시도 열리고 있는 공간입니다.

새롭게 조성되고 인기가 있는 북촌한옥마을과 청와대를 잇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계획 속에 '청와대 사랑채'는 건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안의 전시 내용을 보면 실제 의도와는 다르게 꾸며져 있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됩니다.

■ '청와대 사랑채' 무엇이 문제인가?

청와대 사랑채를 둘러 본 사람들에게 청와대 사랑채를 보고 무엇을 느꼈습니까? 물어보니 대다수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홍보관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청와대 사랑채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홍보하는 것은 '4대강 사업'과 'G20 정상회의'라는 테마입니다.

청와대 사랑채 국정홍보관에 전시된 4대강 살리기 전시물 ⓒ청와대


청와대 사랑채의 국정홍보관에는 가장 큰 두 가지 테마가 있습니다. '녹색성장관'과 '4대강 살리기' 입니다. 청와대 사랑채는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녹색성장과 4대강 살리기를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녹색 성장에서 가장 무섭고 인류재앙 원인 중의 하나라는 '원전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4대강을 시멘트로 도배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과 4대강을 살리는 일을 한다고 홍보하는 일에 말문이 막히곤 합니다. 

청와대 사랑채에 있는 G20휴게실 ⓒ청와대 사랑채 블로그 자료 편집


청와대 사랑채에는 'G20 휴게실'이라는 별도의 공간이 있습니다. 말은 휴게실이지만 규모는 다른 전시관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G20 정상들의 사진과 그들의 회의 모습, 원탁테이블 등을 전시한 이 공간을 보면서, 과연 '청와대 사랑채'가 국정홍보를 목적으로 하면서 구태여 'G20 정상회의'를 꾸며놓은 까닭이 무엇인지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청와대 사랑채'가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업적을 꾸며놓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수백억 원의 국민 세금으로 청와대 사랑채를 건립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 서울시는 진짜 청와대에 방 빼라고 요구했는가?

신문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사랑채'에 대한 토지 보상과 사용료를 서울시가 청구했다고 하는데, 사실 서울시는 단순하게 내년도 청와대 사랑채에 대한 지원예산을 늘려 달라고 건의만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기사가 나왔을까요? 이 기사는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들이 밝힌 속내가 팩트는 아니어도 현재 서울시가 청와대에 가진 불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선 건축비를 보면 청와대(정부)가 101억 원, 서울시가 98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거의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지출했습니다. 그리고 운영비는 서울시와 청와대가 각각 8억 원씩 지급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똑같은 예산을 지불하고도 서울시는 총면적 4116.98㎡ 의 18.3%인 275㎡에 대한 서울시 홍보만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정 홍보는 원래 중앙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아서 할 일이지만, 서울시와 돈은 똑같이, 홍보 공간은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서울시가 가진 불만입니다.

서울시 공무원 입장에서는 그나마 있는 서울시 홍보관도 어쩌면 내용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재 '하이서울관'에 있는 내용이 한강예술섬, 서울시 신청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 전임 오세훈 시장의 토목시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치적 홍보만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성 행정과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서울시는 현재 5:5 예산 운영비에 대한 국비지원 예산을 늘려달라는 건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개인 치적 홍보를 왜 서울시가 부담하는가?에 대한 서울시 공무원들의 생각과 서울시 의회의 불만이 어우러져 나온 말이 이번 오보 아닌 오보 사건의 속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청와대 사랑채 대통령관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 ⓒ 오마이뉴스 유성호


■ 199억 원짜리 '셀프 공덕비'가 필요한가?

청와대 사랑채는 기존의 대통령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효자동 사랑방'을 증·개축한 건물입니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 가면 대통령 박물관은 1개관에 불과하고 나머지 공간은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의 성과를 보여주는 업적만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대통령관에 있는 한식체험관 ⓒ 청와대 사랑채 블로그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대통령관 내부에는 생뚱맞게 한식체험관이 들어서 있습니다. 알다시피 'The taste of KOREA'는 김윤옥 여사가 추진하고 있는 한식재단의 문구이자 김윤옥 여사의 요리책 영문 제목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과 외국 정상으로 받은 선물 서너 점 전시해놓은 공간에 한식체험관 같은 규모의 전시관이 대통령관에 꼭 있어야 했을까요?

이명박 대통령 합성사진 촬영 공간과 기념품 가게에 진열된 이명박 대통령 저서 ⓒ 청와대 사랑채 블로그

서울시민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 199억 원이 소요되고 매년 운영비로만 16억 원 이상이 지출되는 공간이 단 두 사람의 치적으로 도배되어 있다는 사실은, 돈을 떠나서 그들이 떠나면 이 공간이 또 무엇으로 바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청와대 사랑채'는 본래 가졌던 '효자동 사랑방'처럼 역대 대통령들의 박물관으로 꾸며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치적이 아닌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인간적인 모습들을 통해,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면 어느 정도 세금이 지원돼도 괜찮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합성사진도 이명박 대통령 혼자가 아닌,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자신이 선택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저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홍보용 저서가 아닌 대통령들의 집필 도서 모두를 갖추면 어떨까 싶습니다.

대통령 박물관으로 바뀌면 아마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사진 찍는 사람이 제일 많고, 노무현 대통령이 집필한 책이 제일 많이 팔릴 것 같다는 예감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고부군수 조병갑이 백성에게 수탈하여 세운 아버지 조규순의 공덕비와 저수지 축조로 군민을 강제 동원하고, 세금을 수탈하여 쌀 700여 섬을 횡령착복하여 '동학혁명'의 원인이 된 조병갑의 공덕비


옛날 공덕비는 백성 스스로 세운 것이 아니라 세금수탈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고 합니다. 국민의 돈 199억 원으로 국민이 그토록 반대하는 녹색성장,4대강 살리기,G20 정상회의 업적을 홍보하는데 치중하는 '청와대 사랑채'는 대통령의 '셀프 공덕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