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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을 적으로 선언한 김제동




박원순 무소속 야권단일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290,596표 차이로 따돌리고 서울시장에 당선되었습니다. 선거 막판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을 점쳤던 결과가 나와 긴장을 했고, 네거티브 전략으로 선거가 엉망이 되어 버렸던 점을 비추어 많은 우려를 했습니다.

특히 투표율이 정오를 넘겨서도 45%가 넘지 못해서 안절부절못했지만, 퇴근길 넥타이 부대의 힘으로 역대 최고 48.6%를 기록하며. 지난 무상급식 투표보다 더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당정치 VS 시민의 양자 구도 속에서 한나라당과 MB정권 심판의 성격을 띤 선거였습니다. 결과는 시민이 승리한 아주 뜻깊은 선거이자 아주 값지고 희망찬 결과를 보여준 투표였습니다.

사실 오늘은 승리에 대한 요소를 분석하는 포스팅을 쓸려고 했지만,  많은 언론에서 승리에 대한 분석을 내놓을 전망이어서,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쓰고자 합니다.

■ 박원순을 적으로 선언한 김제동

정치적 성향의 발언과 현 정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자주 했던 김제동 씨가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의 축하를 위해 시민들이 모인 서울 광장에 왔습니다. 여기서 김제동 씨는 뜻밖의 이야기를 박원순 당선인에게 던집니다.



"박원순 시장님은 이제부터 저의 적입니다. 권력을 가지면 그 순간부터는 저의 코미디의 대상입니다. 이제부터는 비판의 대상이 됐고, 더 이상 같이 서 있지 않을 것입니다."

방송인 김제동 씨는 박원순 당선인을 축하하러 온 서울시민 앞에서 박원순을 적으로 규정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입니다. 축하도 아니고 앞으로 비판의 대상과 더 이상 같이 서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버립니다.

투표독려 인증샷으로 곤욕을 치렀던 그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동안 지지했던 야권 후보와 더 이상 같이 서지 않겠다고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뽑아준 시민을 배반하는 정치인은 누구라도 용서치 않겠다.

김제동이 말하는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정치인들의 얍삽한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질타하는 것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 100의 100은 모두들 국민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고 합니다. 그들의 공약과 정책을 듣고 있다보면 이런 사람의 당선으로 대한민국은 행복하고 잘살 것 같었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그들이 국회와 공관에 들어가면 어떻게 변해버립니까? 오로지 정당과 정치인의 논리로 국민에게 변명하기 바쁩니다. 이것이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가 보여준 모습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뽑아 준 시민들에게 대치되는 행보를 하게 되면, 누가 뽑아줬는지 망각하는 경우가 생기면 그걸 깨닫게 해줄 것"

많은 사람이 저를 '민주당원이다','박원순빠'.'종북좌파','빨갱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정치인들과 친분도 없고 민주당원은 결코 아닙니다. 저는 스스로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탐하는 정치를 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입니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 기성 정치인처럼 자신이 했던 말처럼 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시민이 시장인 서울시를 만들지 않는다면, 저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비판할 것입니다.

밤늦도록 투표결과를 지켜보며 서울광장에 모인 저 수많은 시민들이 무엇을 위해 저기에 있었겠습니까? 이제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되었으니 그를 지지했던 나에게 무슨 자리라도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저기에 있었겠습니까?

저들은 오로지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서울시가 되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박원순 당선인은 서울 시민이 뽑아준 서울시장입니다. 그는 서울시장 공관을 나설 때까지 이제 그 사실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됩니다.

기성 정치인처럼 이번 선거에서 국민을 속인다면, 그는 일반 정치인보다 두 배,세 배 더 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을 것이므로, 승리보다 더 두려운 마음으로 서울시장 공관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 권력은 시민에게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서울시장 선거

어제 마음을 졸이면서 제주도로 내려가는 배 안에서 계속해서 트위터를 붙잡고 살았습니다. 투표율이 45%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과 전망이 계속 나왔습니다. 또한, 근소한 차이로 나경원 후보가 앞서고 있어 박원순 측에서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급한 마음에 투표하자는 트위터 멘션을 날렸습니다. 그것은 트위터를 통해 투표율을 높였던 지난 선거처럼 최소한 5%의 투표율은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정치] - <닥치고투표>투표율 45%를 트위터에서 막으려는 자들


그러나 트위터에서 저에게 날라온 이야기들은 불안감을 더했습니다. '트위터는 트위터로 끝난다.' '트위터에 서울 시민이 몇 명이나 될까요? 인터넷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는거죠'라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말들도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시간이 갈수록 희망과 벅찬 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트위터를 잘 하지 않는 저의 멘션을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리트윗 해주었고,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투표율에 촉각을 기울이며 자신의 팔로어들을 향해 투표장에 가기를 호소했습니다.
 
오후 6시 투표율이 39.9%에 불과했지만, 퇴근 시간이 지나면서 오후 7시 투표율이 42.9%로 오후 7시에서 8시까지 한 시간만에는 투표율이 48.6%로로 무려 5.7%포인트나 급등했습니다.

트위터만의 힘은 결코 아닙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와 시민 각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민의 힘입니다.

서울시민은 언제나 권력자의 밥이었습니다. 오로지 선거철에만 정치인에게 악수를 받고 칭찬과 존경을 받는 임시우대권을 가진 사람들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정치인을 몰아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투표였고, 어제 10.26 보궐선거에서 보여주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는 분명히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은 정치인에게 넘어가면서 변질하고 국민이 무시당하는 결과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에게 시민의 권력이 옮겨졌습니다. 그가 어떻게 이 권력을 사용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게 권력을 주었고, 그 권력을 상식적이고 올바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그 권력이 국민을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쓰인다면, 또 한번 시민들이 들고 일어설 것입니다.

박원순을 믿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몫은 늘 시민에게 있습니다. 그가 100% 서울시 행정을 잘할 수 없지만, 시민을 위한 서울시를 만드는지, 저와 여러분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기뻐해도 좋을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