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교

이명박 대통령 미 의회 연설 기립박수는 조작?



이명박 대통령이 4박 6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16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미국 방문을 국빈 방문으로 대대적인 성과와,미국과의 동맹을 확인하고 동반자로 앞으로 계속해서 나갈 것이라는 보도와는 다르게, 저는 이번 방문이 한국인에게는 그리 유쾌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앞으로 해결할 짐만 산더미처럼 쌓인 불안한 미국 방문으로 봤습니다.

[정치] - 오바마가 MB를 모신 최고의 '대통령 맛집'

제가 이런 포스팅을 쓰자, 많은 사람이 댓글을 통해 '왜 자국의 대통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역시 넌 빨갱이다.'.'미국에 간 한국 대통령 중에 미 의회 연설에서 이렇게 기립박수를 많이 받은 대통령이 있었느냐?'라며 저의 글을 비난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언론은 이번 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중의 최대 성과를 '13년 만에 이루어진 미 의회 연설'이었다고 연일 보도했습니다.

■ 45분 연설에 45차례 박수를 받았다고?

이명박 대통령 미 의회 연설을 칭송하는 언론보도ⓒ청와대


각종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도중 45차례 박수를 받았고, 기립박수도 5차례나 받은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묘사했습니다.

이들의 기사를 보면 거의 이명박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케이팝 스타와 못지않았습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한 외국 정상은 그동안 5명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차례 박수를 받은 것이 가장 많았다. 이 대통령이 입장하자 상하원의원들이 기립박수로 환영했고, 연단에 오른 뒤에도 한동안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손을 흔들며 “땡큐(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하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이 대통령 소개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뒤에야 박수가 그쳤다. 』

자국의 대통령이 박수를 받고, 환영을 받았다는 사실은 나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박수가 무슨 의미이고, 왜 환영했는지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과 언론은 대부분 미국 국빈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환대를 받았고 엄청난 VVIP 대접을 통해 한-미 양국의 동맹이 두터워졌다고만 말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기립박수가 미국 의원들 대부분이 진정으로 환영하고 동감했기 때문이었는지 의심이 가는 기사가 미국 워싱턴포스트지 기자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 그날 미 의회 자리를 채웠던 사람들은 과연 누구?

손메즈 기자의 블로그ⓒ 위싱턴포스트

워싱턴 포스트 손메즈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상·하원 합동 회의가 열릴 때 대개 모든 의원들이 참석하는 건 아니다, 특히 목요일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때는 그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소가 있었다" 라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 성추행과 비용문제로 얼마 전 폐지된 <사환 프로그램(House Page Program)>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환 프로그램(House Page Program)>
인턴 제도처럼 미국 고등학생들이 미국 의원실에서 복사,문서 전달, 소포 발송 등의 간단한 업무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원봉사 또는 경력으로 고등학생들이 선호했던 프로그램.

손메즈 기자는 글의 말미에 “목요일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이 있던 날)에도 역시나 미 의회에 빈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를 미국 의회 보좌관들과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는 한국 대표단들이 자리를 채웠다”라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외국 정상들의 연설에도 미국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고, 사환이 자리를 채웠다는 사실에 비추어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에 참석한 사람들을 비판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을 찬양(?)했던 언론을 우리는 비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 의회 연설 자체만 가지고 기사를 썼다면 문제가 없지만, 45차례 박수 (1분에 한번 꼴로 그들을 얼마나 찬양했기에 손뼉을 쳤을까요?) 기립박수 5차례만을 강조한 제목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435석의 항원 본회의장 의석이 비어 있자,서둘러 미국 보좌관들과 한국 대표단들이 자리를 채웠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한마디로 보여주기 위해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서였을 뿐입니다.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다는 사실보다 연예인처럼 엄청난 인기와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아 그를 찬양했던 대한민국 언론을 보니, 지금 대한민국은 2011년이 아닌 1980년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땡전뉴스를 아십니까?


전두환 정권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땡전 뉴스'라는 단어를 기억할 것입니다. 아홉 시 땡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9시 뉴스의 첫 화면은 언제나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이라는 멘트와 함께, 그날 전두환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알려주는 대통령 동정에 관한 뉴스가 항상 탑을 차지했습니다.

뉴스에서 탑은 그날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대한민국 뉴스의 중심은 언제나 전두환이었고,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뉴스였습니다.

지독히도 외국 순방을 많이 다녔던 전두환을 방송은 연일 그가 세계 지도자로 마치 전 세계의 평화와 협력을 외치고 다닌 영웅으로 포장하기 바빴습니다.그 당시 중학교에 다니던 저는 전두환의 외국 순방길 환영을 위해 양화대교 밑에서 태극기를 들고 춥거나 덥거나 몇 시간씩 서 있었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자국을 위해 외교전을 펼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전두환은 그의 불법적인 대통령 찬탈을 포장하기 위해 외국 순방을 나갔고,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FTA를 위해 미국 국빈방문을 했습니다.


저는 한미FTA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외교문서의 번역오류를 단지 외교문서라고 제대로 수정하지 않는 작태와 만약 발생할 일에 대해 어떤 대응책이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장 유리하게 우리 산업을 보호할지에 대한 아무런 비책이 없는 상황에서의 한미FTA를 저는 반대합니다.

미국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라는 조롱까지 외신에서 받았던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저는 미국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이야기를 하고, 미국인 이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God bless America (God bless you는 개인적으로 말하지만)를 외치는 대통령이 진정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기립 박수를 보낸 이는 미국인들이고, 그의 퇴임을 축하하는 손뼉을 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서글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