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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국군의 날에 받았던 '보물상자'를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제 63주년 국군의 날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나 19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국군의 날에 기억나는 것이 바로 국군의 날 시가행진입니다. 도심에서 보는 군인들의 절도 있는 행진이나 웅장한 탱크와 무기는 어린 마음에도 참 신기하고 멋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축복이었다는 사실은 군대에 가서야 깨달았습니다. 대부분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참여하는 군인들은 5-6월경에 차출되어 여름 내내 뜨거운 뙤약볕에서 연습을 합니다. 자대와 사단 등에서 1차 연습하고 지금은 여의도 공원으로 바뀐 여의도 광장에 모여서 총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군대에서 열병식을 경험한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보기에는 멋있는 행진이 군대에서는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수백 명의 군인들이 일제히 발 하나 손동작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기에 수백 번의 연습과 기다림의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고통과 자랑스러운 시가행진을 마치면 짧게는 3박4일부터 길게는 6박7일 이상의 포상휴가를 주기에 은근 차출되기 원하는 군인도 많았습니다.

'국군의 날' 시가 행진에 참여하지 않은 군인에게 제일 기다려지는 것이 군 위문품과 특식입니다. 

 ■ '보물상자'로 불리던 국군의 날 선물세트

지금은 보급되는 지 모르겠지만, 제가 군 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국군의 날에는 항상 종합선물세트가 보급되었습니다. 개인별로 지급되는 종합선물세트는 어릴 적 먹었던 과자종합선물세트와 비슷한 선물세트였습니다.

비슷하게 만들어 본 국군의 날 선눌세트

저희 부대는 군단직할이라 군단장 하사품이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는 박스를 하나씩 받았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종류를 보면 별거 없었습니다. 군인들이 좋아하는 초쿄파이, 초콜릿, 껌, 면도기,웨하스,과자 등이었는데, 그래도 국군의 날에 받았던 이런 선물은 올해는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해하던 '보물상자'와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런 보급품은 정식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군단장이나 사단장 등이 국군의 날에 각종 기업들로 후원을 받아 제작해서 돌렸던 것으로,모든 부대가 받지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보급되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어떤 부대는 이런 '보물상자'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관물대에 숨겨놓고 몇 날 며칠을 아껴먹었던 기억도 있던 종합선물세트외에, 저희 부대처럼 보급이 잘 이루어지는 부대는 외부에서 각종 위문품이 많이 지급되었습니다.


부대와 자매결연을 한 기업체에서 보내오던 군 위문품은 국군의 날부터 연말까지 이어져, 부대장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가에 따라 예하 장병들은 즐거움과 행복까지 누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교회나 성당 등의 종교 행사에 가면 보통 나오던 초코파이와 쥬스보다 좋은 수건이나 양말 등을 받기도 해서 국국의 날 전후 면회 외박을 하지 않는 장병들은 종교행사 참석률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군 위문품이나 '보물상자'와 같은 국군의 날 선물은 정규 예산 편성이 아닌, 부대장 판공비나 그 해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서 나오던 선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부대를 가는가에, 어떤 시기에 군대에 가는가에 따라 '나는 군 위문품을 서너 개나 받았는데','나는 군 생활 내내 한 개도 못 받았다'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릴 적 삼촌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다 주신 종합선물세트가 그 나이 또래에서 가장 큰 선물이었든 그 당시 여자친구가 없는 군인들이 받았던 유일한 선물 중의 하나였습니다.

■ '국군의 날'에 나오는 특식은 과연 얼마짜리?

군대에서는 3대 경축일이라고 설날, 추석,국군의 날에는 항상 특식이 나왔습니다. 설날에는 떡국이 대부분이었고, 부대별로 특식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 장병 1인당 1회 600원(年 1800원)이었던 특식비도 지금은 장병 1인당 1회 1000원(年 3000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래서 1회 천 원 선에서 특식이 나오기 때문에 떡이나 고기, 닭 등 부대별로 특식이 바뀌어서 나옵니다.

여기서도 부대장의 재량이 발휘됩니다. 저희 부대는 부대장이 근처 축산 농가와 친해서 가끔 돼지를 선물 받아 고기를 소대별로 나눠, 직접 연병장에서 구워 먹기도 했고, 어떤 부대는 과일을 얻어와서 일주일 내내 사과 등 과일이 끊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해군의 국군의 날 특식 사진.


제가 볼 때에 제일 불쌍한 군인이 바로 선상근무를 하는 해군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다에 떠 있는데 어디서 돼지를 얻어오고, 과일을 선물로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해군들은 포장용 떡 한 조각으로 만족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국군의 날 특식 사진.


국군의 날에 특식으로 받은 바나나 우유가 유통기한이 지나 급히 수거했는데, 성격 급해 받자마자 마신 병사들은 모조리 입실했다는 인터넷 이야길 보면,군대에서 먹는 특식이 군인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솔직히 요새 천 원짜리 한 장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별로 없습니다. 군대에서 대량으로 구매하기에 단가는 저렴해도 그 가격에서 제대로 된 특식을 먹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군의 날에 특식이라고 받았던 옛날 '보물상자'가 더 생각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대한민국 군인' 그들을 떠올리면 왜 이리 불쌍할까?

제 블로그에 보면 유독 국방비리에 대해서는 더 민감해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창군이래 매년 군납비리와,군 보급품의 부실은 늘 끊이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방] - 대한민국 군인이 무슨 잔반처리반입니까?

예전 군대보다 지금 군대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제 나이보다 더 젊은 지금 장병들은 어릴 적에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자란 세대이기에 그런 기준은 무조건 '젊은이들의 정신이 나태해서 군대 사고가 늘어난다'라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2006년 군 인권 관련 자료 중 발췌


군대 내 만족도를 보면, 식사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도 군 보급품의 경우는 40%의 만족도에 불과합니다. 2006년이나 2011년이나 대동소이한 결과를 보면서 아직도 군대별로 보급품의 차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2005년에 선물용 죽방멸치를 당번병이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고 진짜 제대로 죽방을 날린 특공여단장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이런 장군이 과연 자신의 예하 병사들이 먹는 음식은 신경이나 썼을까요?

한 해 장성들의 품위 유지비는 42억 원입니다.그러나 이들에게 지급되는 예산은 있어도 아픈 병사들을 위한 예산 36억 원은 없어서, 사병들이 깁스를 하고도 화장실 청소를 하고 사는 군대가 대한민국 군대입니다.

[국방] - 군대 가서 다쳐 서러운데,깁스하고 변기 청소라니

국군의 날입니다. 오늘 대한민국 군인들은 아침부터 어떤 특식을 먹고, 어떤 위문품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부대는 넉넉하고 풍요로운 국군의 날을 맞이했을 것이고, 여자친구가 있는 장병은 '곰신선물세트'라고 불리는 초호화 선물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친도 없고, 부대장이 능력도 없는 부대 군인들은 그저 국군의 날이라고 떡 한 조각 받고 우울하게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군인 모두가 국군의 날에 이런 특식을 받으면 어떨까요?
 

매번 선진강군, 좋아진 군대 타령만 하지 말고, 일년에 단 하루, 군인의 생일인 국군의 날에 군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피자와 치킨,그리고 콜라를 1인당 요렇게만 주면 사기가 조금 오르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국군 장병 여러분, 무어라 이야기해도, 당신들은 자랑스러운 남자들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