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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도 전원생활과 귀농,돈 없어도 가능한 노하우.


제주도는 전원생활이나 귀농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입니다.제주도에 전원주택이나 별장,
귀농을 꿈꾸는 사람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제주도가 산과 바다,깨끗한 자연환경 등,자연에서
살아가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처음 제주도에 내려올 때,주위에서는 많은 돈을 가지고 제주도 전원생활과 귀농을 하는 줄 아셨지만,
돈이 없었습니다.요즘 주위 분들이 다음뷰 지원금이 내려가고 랭킹이 떨어져서 전업 블로거로 어떻게
살아가느냐 걱정을 많이 하시지만,제주도 전원생활이 돈이 무조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돈 없이 제주도에서 전원생활 즐기는 노하우를 저를 통해 느끼시기 바랍니다.


아내가 무청으로시래기를 만든다고 요새 오후에는 바쁘게 돌아다닙니다.저희 집에 텃밭이 있거나
밭농사를 하느냐고요? 아닙니다.저희는 현재 텃밭도 농사를 지을 땅도 없습니다.그런데 이런 무가
어디서 생기냐고요? 바로 제주도 말로 "팟지"라는 무를 주위 밭에서 주워오는 것입니다.

팟지는 제주에서 비상품성 농산물을 부르는 말입니다.제주에는 당근이나,감자,무를 심어 놓고 수확을 하면서 모양이 이상하거나,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을 그냥 밭에다가 놓고 가기도 하는데,저희는 그 팟지를 주워서 먹습니다.

서울 같으면 거지처럼 남의 것을 주워 먹는다고 생각하겠지만,제주도 지천으로 널린 밭에서 저희처럼
한두 개 정도 먹을 만큼 갖고 가는 것은 그리 흉이 되거나 나쁜 짓이 아닙니다.저희는 이처럼 밭에서
감자도 캐어오고,당근도 주워오고(저희 사는 동네 구좌읍 당근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
무청으로 시래기도 만들어 고등어에 넣어서 지져 먹기도 합니다.


오후에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아내는 자꾸 나가자고 조릅니다.무슨 관광을 다니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집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산과 들에 갑니다.요새는 쑥과 달래를 캐는 봄 처녀(?)로 변신한
아내의 모습입니다.시골 태생인 아내에 비해 저는 서울 촌놈이라 매번 봐도 그냥 잡초인데,아내는
잘도 달래와 쑥을 캐어 냅니다.

달래를 처음보고 제가 아내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에스더 엄마,여기 파 새끼 있다.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
"오빠,이건 파 새끼가 아니라 달래야 달래"

제 눈에는 달래가 아닌 파 새끼처럼 그저 파로 보였는데 아내는 용케 달래를 찾아냅니다.
한동안 아내는 파 새끼가 뭐냐고 자꾸 저를 보고 웃어댑니다. ㅠㅠ

조금 있으면 고사리가 사방에 나옵니다.그럼 고사리가 저희 밥상 주 메뉴가 될 것 같습니다. ^^


산과 들에서 캐온 달래를 가지고 달래 라면을 해먹습니다.밭에서 주워온 당근을 넣어서 부침개도
한낮의 오후 햇살을 즐기며 부쳐먹습니다.주위 귀농분이 보내주신 귤도 하나씩 까먹습니다.
비록 라면에 고기도 들어가지 않은 부침개지만 맛은 정말 좋습니다.여기에 모두 무공해라니 ㅎㅎ

귀농이나 전원생활의 묘미는 바로 먹는것입니다.저희 집이 제주도에 처음 입도를 했을 때는 매주
E마트를 갔습니다.가서 반찬도 사고,생필품도 샀습니다.그런데 이제는 돈도 많이 없기도 하지만,
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요새는 거의 가지 않습니다.

가서 살 것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먹을것이 지천으로 산과 들 밭에 널려 있어서 조금만 시간을
내서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싱싱한 먹을거리를 무공해,자연산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 살면 많이 놀러 갈 것 같지만,솔직히 저희는 방송에서 나온 우도 자장면도 먹어보지 못했고
잠수함도 타보지 못했습니다.제주도에 무수히 많은 박물관은 가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 제주도에 와서 어디를 갔느냐고요? 돈이 하나도 안 드는 장소만 갔습니다.저희 집에서 차로 5분
걸리는 비자림은 제주에서도 유명한 곳입니다.입장료만 1,500원입니다.하지만,저희는 공짜입니다.
바로 제주도민이기 때문입니다.이렇듯 제주에는 제주도민은 무료로 입장을 시켜주는 곳이 있습니다.

꼭 비싼 돈을 내고 가는 박물관이나 멋진 관광지만 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그래도 굳이 돈이 없는
저희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돈을 내지 않고 무료로 즐기는 곳만 찾아다녀도 ,제주에는 많은
볼거리가 산재해 있습니다.


제주의 맑은 바다를 사람들은 감탄하지만,저희는 오일장에 가서 계란을 사면서도 쉽게 봅니다.
남들은 돈을 내고 말을 타려고 목장을 가지만,저희는 집 앞에서 풀을 뜯어 먹는 말을 볼 수 있습니다.

육지 사람은 서울에 살면서 제주도로 여행오면 하루에도 몇 군데씩 관광지를 찾아 다닙니다.
저희는 그저 천천히 하나씩 산책하듯 즐깁니다.오늘 보지 못하면 나중에 또 가면 됩니다.
조바심을 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아침 바다를 못 봤으면 저녁노을 바다를 보면 그뿐입니다.

비자림을 30분 동안 한 바퀴를 다 둘러볼 필요없이,그저 벤치에 앉아 딸과 웃으며 있다고 옵니다.
10분이면 어떻습니까? 딸이 크면 같이 손잡고 또 오면 됩니다.

물질이 주가 되는 세상에서는 결과와 완성이 필요합니다.그러나 제가 사는 곳에서는 그 순간이 너무
중요한 시간입니다.그 시간을 즐기면서 살며 행복을 느끼면 그뿐입니다.


다음뷰 랭킹이 떨어지자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지원금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사느냐고
오히려 저보다 더 흥분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제가 작년에 서울에 있었다면,랭킹이 떨어지고
지원금이 줄어들어 화도 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그러나 지금은 그저 담담합니다.

베스트가 되지 않아도,랭킹이 갑자기 떨어져도 지원금이 줄어들어도,그것이 제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전업 블로거로 살아가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살아가겠다는 저의 약속이지,그것으로 많은 돈을 무조건 벌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돈이 없으면,근처 밭에 가서 일하고 고사리를 캐서 적은 돈이라도 벌어오면 됩니다.
<혹시 고사리 캐오면 이웃분들이 사주실려나요? ㅎㅎㅎ>


네이버 파워블로거나 다음뷰의 파워 블로거를 수십명 봤습니다.하지만 일년이 지나면 블로그에서
자취를 감추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전문성이라는 것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정치 블로거로 살면 돈도 많이 못 벌고,수익은 커녕 사찰이 들어오지 않을까 두렵겠지만,
앞으로 십 년 이상을 한다면,대선과 총선,지방 선거를 더 분석하고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것입니다.

제 나이가 40입니다.아마 요새 같은 현대 생활에서 70까지만 산다고 하면, 아마 앞으로 30년은 넘게
블로거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30년의 장기 레이스에서 한두 달 베스트가 안되고 랭킹이 떨어진다고
힘들어하면, 앞으로 30년을 버틸 수는 없습니다.

인생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살 필요는 없습니다.눈에 보이지 않아도 꽃은 언젠가 핍니다.


100일전 우리 딸 에스더가 태어났습니다.처음에 사람 얼굴 같지 않던 모습도 백일이 되니 통통해서
매일 밤마다 볼을 만지면서 잘 정도로 귀여워졌습니다.제주도로 내려올 때만 해도 걱정도 많았고
돈도 없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그러나 이웃블로거의 도움으로 아기 옷도 생기고 기저귀도 받으며
하나님이 채워주시듯 사랑과 정성을 너무나 많이 받았습니다.

제주도민으로 출생한 에스더에게 3만원짜리 상품권을 구좌읍에서 선물로 받았습니다.
강남에서 출산지원금으로 100만원을 지원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적습니다.
하지만,저는 이 돈으로 에스더 기저귀도 사고,에스더 물티슈도 사고 좋았습니다.

제주도 전원생활이나 귀농의 노하우는 별것이 없습니다.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고,팟지를 주워 먹어도 감사하고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도시의 문명보다는 아기의 맑은 웃음에 기뻐하고 웃으며 행복하면 됩니다.

천천히 움직이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천천히 살아가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빠르게 산다고 인생이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